재심 청구 끝에 8년여 만에 무죄가 선고된 28일 박철씨(왼쪽 넷째)가 박준영(왼쪽 셋째)변호인 등과 재판정에서 환호하고 있다.최옥자씨 페이스북 내려받음
음주 운전 단속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던 귀농 부부가 재심 끝에 8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 22부(재판장 정선오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박철(54)씨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은 7명은 만장일치로 박 씨의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관의 손을 비틀어 공무를 집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배심원 평결 결과를 존중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씨를 변호한 박준영 변호인은 “법원이 경찰의 공권력을 지나치게 믿은 게 문제였다. 과학적인 증거를 면밀히 분석해 재판에 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이라고 밝혔다.
부부의 비극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씨는 지난 2009년 6월 27일 충북 충주의 한 도로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을 받았다. 경기 안산에서 살던 박 씨 부부는 충주로 귀농한 상태였다. 이날 박 씨는 숲 해설가 자격 수강생들과 술을 마셨지만, 운전은 부인 최옥자 씨가 했다. 음주단속 경찰이 차를 갑자기 세우자 박 씨는 경찰에게 욕설했다. 이 과정에서 시비가 있었고, 음주단속을 하던 박아무개 경장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박 경장은 박씨가 팔을 꺾었다고 주장하며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고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당시 박 경장은 관련 장면이 찍힌 동영상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박 씨는 “팔을 비틀지 않았는데 경찰이 혼자 넘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2010년 6월 23일 1심 재판부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010년 10월 항소심에선 부인 최옥자씨가 증인으로 나와 “남편이 경찰의 팔을 비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최 씨를 그해 12일 위증죄로 기소됐다. 최 씨는 2011년 4월 28일 1심 재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이 선고됐다. 최씨 재판엔 남편 박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2012년 5월 7일 항소심에서 “경찰이 자작극을 펼쳤다”고 주장하자 박씨도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2012년 1월 27일 대법원은 박 씨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 200만원 형을 확정했으며, 같은 해 12월 27일 최 씨의 위증 혐의 부분도 원심대로 확정했다. 유치원 교사였던 최 씨는 공무원 신분도 잃었다.
부부의 반전은 박 씨의 위증 사건 항소심 재판이었다. 2015년 8월 19일 법원은 처음으로 박 씨 부부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제시한 화질 개선 동영상을 보면 팔이 꺾이는 장면을 확인하기 어렵고, 박 씨의 자세로 경찰을 팔을 꺾어 상체를 숙이게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재판 결과에 따라 박 씨 부부는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지난 4월 재심을 청구했고,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씨 부부는 위증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재판 뒤 최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가 응원해 주신 덕분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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