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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골 늑장공개…수습본부 은폐인가 오판인가

등록 2017-11-24 21:37수정 2017-11-25 13:43

유족 “양쪽 배려하려다 일 커진듯”
미수습자 가족 “우리 내보내려 속여”
장관 첫 보고는 발견 사흘 뒤
전 본부장 “추모식에 정신없어서”
“즉시 알리라” 장관 지시 불이행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에 대해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대체로 ‘배신감을 느낀다. 용서하기 어렵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가족은 ‘배려하려다 오판한 듯하다’고 이해하려 했다. 분노하는 미수습자 가족도 은폐 의혹이 정쟁으로 번지는 데는 우려를 나타냈다. 유해를 찾지 못한 권혁규군의 큰아버지 권오복씨는 “드러내놓고 세월호 인양과 조사를 방해했던 세력이 이 사건을 빌미로 삼아 해양수산부 장관 해임까지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 “고의적인 은폐가 아닌 오판인 듯” 선체 수색 과정에서 유해를 찾은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양 가족은 “고의적인 은폐가 아니라 양쪽을 배려하려다 일이 커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월23~25일 미수습자 가족이 머물던 전남 목포신항을 떠나기 이전에 “혹시 장례 뒤 추가로 유해가 나오면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해양수산부 수습본부 쪽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10월과 11월에도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수습한 유해가 유전자(DNA) 감식 결과 은화나 다윤으로 확인되면 신원을 공개하지 말고 가족한테 조용하게 인계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자신들이 목포신항을 떠난 뒤에도 은화·다윤의 유해가 계속 나오면, 작은 뼛조각 하나도 찾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한테 폐가 될까 봐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2~3㎝ 크기의 손목뼈 한 점이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 세월호 4층 객실 지장물에 붙은 진흙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수습됐다. 전날 미수습자 5명 가족이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발표했고, 다음날 치를 추모식과 장례식을 준비하는 미묘한 시점이었다.

■ “목포신항에서 내보내려고 속였다” 이를 두고 미수습자인 권재근·혁규 부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가족들은 “우리를 목포신항에서 하루빨리 내보내고 싶어 발견 사실을 숨겼다”며 분노했다. 양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는 “우리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서운하고 가슴이 아팠다. 의도가 너무 불순하기 때문에 어떤 사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혁규군의 큰아버지 권오복씨도 “우리가 3년 7개월을 기다렸는데 감식 기간 2주일을 더 못 기다리겠는가. 20일 장관에게 보고한 뒤에 공개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따르지 않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여태껏 유해가 수습되면 즉각 통보하고 공개했다. 은화·다윤 가족이 요구한 것도 유전자 감식한 이후 우리 딸들이면 공개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강조했다.

■ 해수부 내부 보고는 왜 늦어졌나 지난 17일 세월호 선체에서 유골이 발견된 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첫 보고가 이루어진 것은 사흘이 지난 뒤인 20일이었다. 현장수습본부 간부들은 “미수습자 가족에게 고통이 가중될까 우려했다”는 이유로 즉시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장차관 등 해수부 내부 보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이철조 전 현장수습본부장(23일 보직 해임됨)은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 “18일에 추모식과 관련해 정신이 없었고 미처 장관에게 보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만 답했다.

더군다나 이철조 전 본부장이 관련 내용을 첫 보고를 받은 것도 유골 발견 뒤 4시간30여분이 지난 뒤였다. 통상 유골이 발견되면 길어야 30분 정도 내에 현장수습본부와 선체조사위원회 조사관, 유가족 및 미수습자 가족까지 전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내부 보고가 지나치게 늦게 이루어진 셈이다.

■ 장관 지시는 왜 즉시 이행되지 않았나 지난 20일 유골 발견 사실을 보고받은 김영춘 장관은 ‘보고 절차(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알리기 위한 것)를 즉시 밟으라’고 지시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다음날인 21일 조은화양과 허다윤양 가족에게만 발견 사실이 전달됐을 뿐, 다른 미수습자 가족에 대한 전달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철조 전 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분들에게는 좀 기다렸다 설명을 드리기로 결정하고 장관에게 다시 보고하려 했는데 업무를 보다가 보고 시간을 놓쳤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납득할 수 있는 해명으로 보긴 어렵다.

안관옥 방준호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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