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지진이 발생한 뒤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한 보은 동광초등학교 학생들. 동광초 학생 500여명은 지진 발생 5분여 만에 모두 대피했다.보은 동광초 제공
“지진이다. 지진이다. 대피하라.”
15일 오후 2시 30분 충북 보은 동광초 교무실. 교사들의 휴대전화에서 경북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 안내 긴급 문자메시지가 울렸다. 조성남 교사는 마이크를 잡았다.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하십시오.”
보은 동광초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학교에서 재난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보은 동광초 제공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실 곳곳에서 “지진이야”, “지진이야”, “대피하라”는 목소리와 함께 학생들이 복도, 계단으로 쏟아져 나왔다. 500여명이 한꺼번에 교실 밖으로 향했지만 막힘이 없었다. “3층에 있는 6학년은 교실에서 나온 뒤 오른쪽으로 이동해 중앙 현관을 거쳐 1층으로 내려간다. 3학년 2반과 3반은 오른쪽 현관을 통해 1층으로 이동한다”라고 적힌 재난안전 훈련 매뉴얼에 따랐기 때문이다. 1층과 2층에 있던 교직원들도 매뉴얼에 따라 이동했다.
보은 동광초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학교에서 재난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보은 동광초 제공
학생들은 방석, 가방 등을 머리에 올린 뒤 곧바로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모든 학생이 운동장에 모이는 데 5분 정도 걸렸다. 조 교사는 “화장실에 간 아이까지 다 모이는 데 5분이 채 안 됐다. 생각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학생들이 움직여 깜짝 놀랐다. 정해진 경로에 따라 이동하다 보니 어깨조차 부딪히지 않고 모두 안전하고 빠르게 대피했다”고 말했다.
동광초는 지난 9월부터 보은소방서 예방안전팀 등의 도움을 받아 5차례에 걸쳐 재난안전 교육·훈련을 해 왔다. 학생 스스로 학교를 돌며 교실과 복도 등에 설치된 소화기·재난 유도등·전기 차단기·비상벨 위치와 점검 시기·상태 등을 촘촘하게 기록한 재난안전 지도를 만들었다. 이 지도엔 학생, 교실 위치 등에 맞춰 화재·지진 때 대피 통로까지 기록돼 있다. 학생과 교직원 모두 이 지도·매뉴얼에 따라 대피했다. 조 교사는 “학생 스스로 안전유도, 질서유지, 상황, 대응팀 등 9개 팀을 꾸려 주도적으로 재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실제 상황에선 훈련 때보다 훨씬 침착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고 밝혔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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