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넬슨(오른쪽) 미국 장로교단 사무총장이 2일 노근리 쌍굴다리 현장에서 양해찬(왼쪽) 노근리 유족회장의 손을 잡고 노근리 사건을 사과하고 있다. ♣H6오윤주 기자
“희생자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미국에서 노근리 학살의 침묵이 계속되는 것을 반대한다. 미국 정부가 노근리 사건을 인정하고, 배상할 것을 촉구하겠다.”
허버트 넬슨(58) 미국 장로교단 사무총장이 2일 충북 영동 황간면 노근리평화공원과 한국전쟁 때 미군이 양민 수백명을 학살한 쌍굴다리 현장을 찾아 노근리 사건 희생자와 유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넬슨 사무총장은 호세 루이스 카살 미국 장로교단 사무처장(세계선교책임) 등 30여명과 함께했고, 양해찬 노근리 유족회장 등 유족 40여명이 이들의 손을 잡았다.
넬슨 사무총장은 “지난해 222차 미국 장로교단 총회에서 ‘노근리 사건 결의안’이 통과됐고, 그 실천을 위해 노근리를 찾았다. 미국 정부를 대표할 수 없지만 노근리 사건 희생자와 유족 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미국 장로교단의 노근리 결의안에는 노근리 사건 인정과 사과, 미국 정부에 배상 촉구 등이 담겨 있다.
미국 장로교단은 자매결연 단체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 노회 등이 3년 전 노근리 사건 진상규명과 유족 배상 등을 건의하면서 노근리 사건과 연을 맺었다. 2015년 7월 실사단을 노근리평화공원에 보낸 데 이어 토론회 등을 거쳐 사건 실태를 파악했으며, 지난해 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노근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넬슨 사무총장과 미국 장로교단은 지난 9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노근리 사건 공식 인정과 사과, 희생자·유족 배상 등을 담은 서한을 보내는 등 미국 안에서 노근리 사건 공론화와 해결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넬슨 사무총장은 “1950년 7월 미군이 노근리에서 행한 공격으로 여성·어린이 등 수많은 이들이 희생된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인으로서 미국 정부가 노근리 사건을 반성하지 않는 것을 슬프게 생각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유감을 표했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노근리 사건에 대해 회개하게 하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보상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넬슨 사무총장은 미국 장로교단의 ‘버락 오바마’ 같은 존재다. 오바마가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올랐듯이 넬슨 또한 흑인 최초로 250여년 역사의 미국 장로교단 수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워싱턴 등지에서 사회 소외계층을 돕는 인권목사 활동을 했으며, 미국 정부에 사회 정의, 인권 정책을 자문·건의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넬슨과 동행한 변창배 대한예수교장로회 목사는 “미국 장로교단은 노근리 사건을 수많은 미군 관련 범법 행위를 바로잡는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 미국에서 장로교단은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 머지않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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