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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의회, 지방분권 총대 멨지만…

등록 2017-10-30 16:29수정 2017-10-31 10:17

인사·조직·입법권 등 보장하는
‘지방의회법’ 국회에 발의 제안
정작 의정 활동엔 “지금도 많다”
지원인력 공동운영도 난색 표명

10월30일 양준욱 서울시의회의장(발언하는 사람)과 시의원들이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지방분권 7대과제와 지방의회법 서울시의회안을 발표했다. 서울시의회 제공
10월30일 양준욱 서울시의회의장(발언하는 사람)과 시의원들이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지방분권 7대과제와 지방의회법 서울시의회안을 발표했다. 서울시의회 제공
2009년 여성들을 노리는 주차장 범죄가 번지면서 서울시는 대형마트 등에 여성주차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도입했다. 그러나 여성주차구역에 남성이 주차해도 과태료나 벌금은 안 낸다. 주차장법엔 여성 관련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엔 공원·어린이놀이터를 음주청정구역으로 하는 건전한 음주문화 관련 조례가 통과됐다. 그러나 이 경우도 국민건강증진법엔 공원 음주 관련 조항이 없기 때문에 금지가 아닌 권고 조항이 됐다. 이 조례는 공원에서 지난친 소음·소란을 일으켜선 안 된다는 공원녹지법을 근거로 한다. ‘지방자치 조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정할 수 있다’(지방자치법 제22조)는 완고한 규정은 지방의회의 입법 활동을 크게 제한해왔다.

서울시 의회가 지방의회의 인사권과 조직권, 입법권 등 기본 권한을 보장하는 지방의회법을 마련해 국회에 이를 발의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지난 10월26일 지방 4대 협의체가 ‘자치분권 여수선언’을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30일 서울시 의회 지방분권태스크포스는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자치조직권 강화,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의회 예산편성 자율화, 인사청문회 도입, 교섭단체 운영과·지원체계 마련 등 지방분권 7대 과제를 밝혔다. 태스크포스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의회법 서울특별시의회안’을 11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지방자치법일부법률개정안과 함께 심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방의회가 제출한 첫번째 지방의회법안은 모두 13장 90조로 지방의회 운영과 자치사무에 관한 조례, 정책지원 전문인력 신설, 지방의회 교섭단체 구성과 지원에 관한 사항, 지방의회 인사 청문회 실시, 지방의장에 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 부여, 지방의회 경비에 관한 규정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자치권 강화를 요구하는 서울시 의원들은 정작 의정 활동과 관련해서는 관행을 답습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기자간담회에서 신원철 단장(더불어민주당·서대문1)은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 개인에게 배치하지 말고 의회의 공동으로 운영하면 어떠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신 단장은 “민원인을 만나는 것은 중요한 의정 활동이다. 상담도 해야 하고 전화도 받아야 하고 커피도 대접해야 한다. 지원인력이 따로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의 국회의원들은 그런 일을 스스로 하면서도 얼마든지 의정 활동을 한다.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관악2)은 “서울시 의원의 회의일 수가 왜 1년에 108일에 불과하냐”는 질문에 “108일의 의정 활동을 위해서는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의원들에겐 지역구를 챙길 시간도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청과 프레스센터에선 ‘지방분권 토크쇼’와 ‘새정부 재정분권 강화 토론회’ 등 자치행정 제도를 점검하는 자리도 잇달아 열렸다. ‘지방분권 토크쇼’에서 박원순 시장은 “모두 행안부 허락을 받아야 하고 말하자면 갑과 을의 관계로 혁신의 힘을 제약하고 있는 상태”라며 “지금 지방자치제도는 5할의 자치”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문 대통령이 연방정부에 준하는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중앙부처 관리들이 지연시킬 것이다. 팔을 끊고 다리를 끊겠다는 중대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자치분권을 위한 속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남은주 김규원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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