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경기 고양시 일산문화광장으로 출근한다.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하느라 주말을 반납한 게 벌써 3년이 넘었다.
이달부터는 주말이면 활동을 마치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가 다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세월호 문제는 하나도 진전된 것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월호 진상규명활동에 나선 것은 모든 국민이 그랬겠지만 견딜 수 없는 아픔 때문이었다. 참사 이후 며칠간 눈물만 흘리다가 혼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지하철 3호선 마두역 앞에 섰다. 나를 비롯해 고양시 곳곳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시민들이 삼삼오오 일산문화광장에 모여들었다. 우리는 그해 말까지 번갈아가며 매일 문화광장을 지켰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세일모)이 그렇게 탄생했다. 세일모는 2015년엔 주 2~3회, 2016년부터 현재까지 매주 토요일 문화광장에 모이고 있다. 진상규명 서명도 받고 직접 만든 리본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지난 겨울에는 매주 활동을 마치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일부 나이드신 분들이 지겹다고 욕을 하고 손가락질도 했는데, 정권이 바뀐 뒤 우리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단연 촛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늘 당하고만 살아온 사람들은 촛불 이후 자신감을 얻었다. 촛불 하나로 박근혜 정권을 내렸는데 우리가 함께 저항하면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았다. 촛불은 나에게 심장같은 것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가슴 속에 작은 촛불 하나를 켜놓으려 한다.
나는 서울지하철 3호선 기관사로 24년째 일하고 있다. 세월호 활동한다고 불이익은 없는데 순환근무를 하므로 주말마다 시간내기가 쉽지 않다. 동료들이 근무를 바꿔주는데 스케줄 조정이 안되면 연차휴가라도 내야 한다.
주말을 함께 하지 못한 가족에게 늘 미안하다. 중·고생이던 아이들이 그 사이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됐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노란 리본을 나눠주는 등 세월호 활동을 한다고 해 고맙고 기특하다.
세월호 전에는 노조활동 말고는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주노동자 인권이나 의정감시 활동 등에도 눈뜨게 됐다.
아직도 세월호 유가족에게 그만 우려먹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달린다고 죽은 아이들이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유가족들이 거리와 광장, 목포, 안산을 못 떠난 것은 국민을 위한 숭고한 싸움이라고 본다. 제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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