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던 1년 전 촛불집회 현장에서 울려 퍼졌던 그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입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경린(17)입니다. 박근혜 정권에 분노한 전국의 촛불이 들불처럼 번질 무렵인 지난해 11월25일, 수원시청 앞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제5차 범국민대회 수원시민 촛불 전야제’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에서 개, 돼지가 아닌 자랑스러운 국민으로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특혜 입학은 학생들에게 큰 절망을 안겼습니다.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꿈과 희망이 짓밟힌 청소년들은 ‘공정사회’를 기대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어른들에게만 맡겨 놓아선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입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뀔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아닌 비선실세 아줌마와 그 무리가 망쳐놓은 지난 4년, 아니 그 시발인 이명박 정부까지 무려 9년 동안 쌓인 적폐가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너희가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니? 너네 얼마 받고 촛불집회 나왔어? 돈 줄 테니 돌아가서 공부나 해라.” 지난겨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시국선언에서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한 말입니다. 참정권을 행사한 어른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불의에 눈감으면서 타오른 촛불입니다. 그런데도 미안함도, 반성도 없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주변인들이 정치나 우리 사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까요. 학교나 마을에서 정치 뉴스를 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토론도 합니다. “국정원이 왜 문제야?” 친구의 질문이 생소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의 관심이 촛불처럼 모이면, 거대한 정치권력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방심하면, 음지에 숨어들었던 검은 정치세력이 다시 기어 나올 것입니다. 다시 지난해 11월25일 무대에서 했던 발언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지치지 않는다. 끝까지 우리나라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국민을 위해 싸웁시다.”
불행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이 아닌 희망의 촛불을 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인권변호사가 돼 우리 사회 약자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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