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청주는 국내 대여와 함께 프랑스 현지 특별전을 제안했다. 청주시 제공
세상에 단 한권 남은 금속활자본 <직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를 국내에서 볼 수 있을까? 어디에서든 단 한 번이라도 <직지> 원본을 볼 수 있을까?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한 <직지>는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직지> 하권만 존재한다.
■ 대여 안 되면 특별전이라도 <직지>의 본향 청주가 <직지>를 세상에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직지>의 국내 대여를 요구하고, 안 되면 프랑스 현지에서 <직지> 특별전을 여는 것을 추진한다.
청주시는 이승훈 시장이 다음달 5~10일 파리 방문길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들러 <직지> 대여와 <직지> 특별전 개최 뜻을 함께 전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이 시장은 6일 대한무역진흥공사 파리무역관 방문에 이어 7일 유네스코 본부를 찾아 유네스코 직지상 수상 시기를 조율한 뒤 8일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찾을 참이다.
이 시장은 이번 방문 때 프랑스 국립도서관 쪽에 <직지> 특별전을 공식 제안할 참이다. 서양을 대표하는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성서(1445년)보다 68년 앞서 간행된 <직지>의 우수성을 유럽 본토에서 세계에 홍보하려는 뜻도 있다. 이승철 청주시문화산업단지 직지코리아팀장은 “청주고인쇄박물관 등이 2015년부터 진행한 의궤, 금강경·직지 등 프랑스 도서관이 소장한 고서 연구 협조와 교류에 관한 협의를 위해 이 시장이 직접 도서관을 찾는다. <직지> 대여 제안은 환담하면서 자연스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지>의 고향 청주는 그동안 <직지> 하권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편지’, ‘특사 파견’은 물론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동원해 대여를 촉구했지만 허사였다. ‘직지 특사’로 프랑스 도서관을 방문했던 이승철 팀장은 “지난해 한-불 수교 130돌 기념 교류 때도 대여를 요구했지만 도서관 쪽은 ‘<직지>의 가치가 워낙 커 <직지>를 교류하면 모든 이슈를 <직지>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며 난감해했다. 그동안 2012년부터 4차례 공식·비공식적으로 <직지> 한국 나들이를 제안했지만 프랑스 도서관 쪽은 전례가 없고,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직지> 국내 대여가 어렵다면 국내 고인쇄 자료 등을 프랑스로 가져가 <직지>와 함께 특별전을 여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도서번호 109, 기증번호 9832’ <직지>는 1972년 세계 도서의 해를 맞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전시에 출품하면서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 프랑스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시하지 않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고이 보관돼 있다.
<직지>는 1886년 한-불 수호 조약 뒤 초대·3대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국내에서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11년 파리 경매장에 나온 것을 골동품 수집상 앙리 베베르가 180프랑을 주고 산 뒤 195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도서번호 109, 기증번호 9832’. 세상에 유일한 <직지>의 주소다. 이 팀장은 “<직지>는 일본 등으로 흘러간 여느 약탈 문화재와 달리 공식적인 경로로 프랑스에 건너간 것이라 무조건 반환 요구를 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워낙 가치가 큰 유산이어서 프랑스도 선뜻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직지>는 2001년 9월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청주는 이를 기념해 해마다 직지 축제를 열고 있다. 정부 승인 국제행사로, 내년엔 60억원을 들여 10월1~21일 청주직지문화특구에서 ‘직지, 세계를 넘어 미래로'를 주제로 직지 페스티벌을 열 참이다.
청주는 국외 홍보에도 열심이다. 오는 31일부터 11월3일까지 조지아 국회도서관에서 <직지> 전시회를 연다. 복원한 <직지> 금속활자, <월인천강지곡> 등 조선 시대 금속활자 영인본 등을 선보일 참이다. 시는 앞서 지난 8월 미국 애틀랜타, 지난해 스페인 그라나다, 미국 콜로라도·덴버 등에서도 <직지> 전시를 했다. 시는 <직지>의 비밀을 좇는 영화 <직지코드> 제작도 지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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