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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 케이블카 공사 사고는 무리한 공기단축이 부른 ‘인재’

등록 2017-10-23 14:04수정 2017-10-23 14:15

제천경찰서 공사 업체대표 등 4명 입건
고용노동부도 업체대표·법인 등 입건
경찰 “업체대표가 공기·비용 때문에 무리하게 작업 강행”
제천시 “지방선거 겨냥한 무리한 준공 시기 조율은 억측”
제천소방서 대원 등이 지난 8월 10일 청풍호 케이블카 비봉산 정상 철제 지주 붕괴 현장에서 노동자 등을 구조하고 있다. 제천소방서 제공
제천소방서 대원 등이 지난 8월 10일 청풍호 케이블카 비봉산 정상 철제 지주 붕괴 현장에서 노동자 등을 구조하고 있다. 제천소방서 제공
지난 8월 충북 제천 비봉산에서 발생한 청풍호 케이블카 공사장 철탑 붕괴 사고는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공사를 서두르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업체 쪽은 작업이 무리라는 노동자의 지적을 무시했으며, 공사 전문가의 의견 등도 제대로 듣지 않고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천경찰서는 화물용 케이블카의 철제 지주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다 노동자 5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공사 진행 하청업체 대표 정아무개(72)씨 등 3명과 원청업체 현장소장 임아무개(43)씨를 입건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함께 사고 조사를 한 고용노동부 충주지청도 사업장 안전 조처를 미비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로 업체대표 정 씨와 현장소장 임 씨를 입건하고, 공사 진행 업체 법인 2곳도 입건하기로 했다.

정 씨 등은 노동자들이 무리한 작업이라며 안전 조처 등을 요구했지만,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려고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용 화물을 나르기 위해 지난해 1월 설치한 화물용 케이블카(삭도)의 철제 지주의 한쪽이 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공사 쪽은 철제 지주 교체를 결정했고, 지난 8월 10일 오후 2시 57분께 지주 교체 작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철제 지주가 한꺼번에 쓰러지면서 공사 현장 노동자를 덮쳐 김아무개(55)씨 등 2명이 숨지고, 임아무개(57)씨 등 3명이 다쳤다.

경찰 관계자는 “삭도를 지지하고 있는 네 방향 철제 지주는 한 개씩 교체해야 하는데 업체대표의 지시로 암반 등에 고정돼 있던 4개 철제 지주를 유압실린더로 모두 들어 올린 뒤 한꺼번에 교체하려다 중심을 잃으면서 철제 지주가 쓰러졌고, 공사장 인부를 그대로 덮쳐 참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노동자들이 사전에 무리한 작업을 말렸지만 업체대표가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했다. 구조물 교체 관련 전문가 등의 조사나 참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산재예방지도과 박성진씨는 “안전성·위험성 조사를 한 뒤 계획을 세워 작업을 해야 하지만 안전 조처가 미비했다. 이런 공사는 전도·붕괴·협착·추락 사고 위험이 있어 반드시 철저한 안전 조처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풍호 케이블카 조감도.제천시 제공
청풍호 케이블카 조감도.제천시 제공
결국 공기와 비용을 줄이려는 안이한 판단이 대형 사고를 불렀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으로 추진된 청풍호 케이블카 설치 공사는 ㅊ 사가 371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20일 공사를 시작했다. 제천 청풍문화단지가 있는 청풍면 물태리에서 출발해 비봉산 정상(531m)을 잇는 청풍호 케이블카는 2.3㎞로 건설되고 있다. 경남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1.97㎞)를 뛰어넘는 국내 최장 규모다. 업체 쪽은 제천 벚꽃 개화 시기인 내년 4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사고 뒤 고용노동부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 감독을 벌이면서 준공 시기는 크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했지만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행사 ㅊ 사와 시공사 ㅅ사는 준공 시기, 공사 기간 등을 조율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ㅊ 사는 내년 9월, ㅅ사는 내년 12월께를 준공 시기로 보고 있다. 제천시는 올해 안에 쓰러진 철제 지주 등을 철거하고, 새로 철제 지주를 세운 뒤 비봉산 정상 쪽에 설치할 케이블카 건물 신축 등은 내년 봄께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상진 제천시 관광개발팀장은 “청풍호 케이블카 사업은 전액 민자 사업으로 시가 공사 기간, 준공 시기 등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작업 중지명령을 내린 데다 곧 겨울이 시작돼 공사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시가 무리하게 사업 강행을 독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 팀장은 “업체 쪽이 개장 초기 영업 성공을 위해 벚꽃 축제에 맞춰 준공 시기를 잡은 것으로 안다. 지방선거 등을 겨냥해 시와 준공 시기를 조율했다는 것은 명백한 억측이다. 민간사업이어서 지자체가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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