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각 도시는 폐광 등의 산업유산을 활용해 도시 재생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폐광에서 탄광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독일 졸페라인의 모습.
광명동굴을 재창조해 ‘폐광의 기적’을 일궈가는 경기 광명시처럼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폐광과 같은 근대의 산업유산을 재발견하고 재활용해 도시재생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 크라쿠프시 인근에 있는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은 13세기부터 개발이 시작돼 현재도 채굴이 이뤄지는 암염광산이다. 크라쿠프시는 수백년 채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남긴 지하 운동장과 예배당 등의 독특한 광산 내부 자체를 관광자원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50만여명이 방문하는 등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 에센 인근에 있는 졸페라인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탄광으로, 1884년 석탄 채굴을 시작해 1986년 탄광 문을 닫았다. 한때 ‘슈바르체스 골트’(검은 황금)로 불릴 만큼, 석탄과 함께 호황을 누리던 에센 지역은 폐광과 함께 도시 활력을 잃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는 그러나 탄광을 없애는 대신 2억유로(2880억원)를 투자해 졸페라인을 보전하는 한편 석탄 대신 문화와 창조정신을 캐는 탄광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150만여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을 만큼 독일에서 성공한 도시재생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의 캘리코 은광촌 역시 세계적 폐광 부활 사례로 꼽힌다. 서부개척시대 1881년 은광이 발견됐지만 1907년 폐광과 함께 쇠락한 인근 마을은 50년 가까이 ‘유령 마을(고스트타운)’로 불렸다. 현재는 주 정부가 관리하면서 역사적 가치와 향수를 간직한 문화 관광지로 재탄생하면서 미국 서부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다.
폐광과 같은 근대 산업유산이 기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던 것은 이들 시설물을 단지 잊혀진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적 소산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 이들 시설물을 현재와 단절된 과거 유물로 치부한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창의적 문화콘텐츠 생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폐광의 부활’은 도시재생의 길을 찾는 세계 여러 도시의 표지판이 되고 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광명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