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의 민간일 학살 진상 조사에 나선 나와우리 조진석(맨왼쪽) 대표와 현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했다. 사진 나와우리 제공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과 피해자·유가족 지원 등을 통해 인권·평화를 실천하는 ‘나와우리’(대표 조진석)가 ‘제10회 노근리 평화상’ 인권상을 받는다.
문학상은 소설 <세 여자>의 조선희 작가, 언론상 ‘방송 부문’은 산업기능요원 실태를 보도한 <광주방송>, ‘신문 부문’은 불법 파견 문제를 파헤친 <오마이뉴스>가 선정됐다.
노근리 평화상 심사위원회는 17일 “나와우리는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위령비 건립 등을 통해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평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점을 높이 샀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나와우리’는 이주노동자·장애인·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소외계층,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원,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 학살 진상 규명과 베트남과 친구 되기 등의 활동을 위해 지난 1998년 5월 창립했다. 특히 ‘베트남에도 노근리가 있다’는 심포지엄을 여는 등 베트남 전쟁시기 한국군 주둔 지역 피해 조사와 연구에 힘을 쏟았다. 지난 8월 베트남 꽝남 디엔반현 퐁니마을과 하미마을을 찾아 민간인 피해자 증언을 채록하는 등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베트남 역사학자, 전 진실 화해위원회 조사관, 역사·교육학자 등 한국과 베트남 양쪽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퐁니마을에서 82명, 하미마을에서 136명이 한국군에게 희생된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전 진상 규명과 위령비 건립, 사과와 배·보상 등으로 이어지게 하는 밑거름 구실을 하려 한다. 조사 내용을 책으로 엮어 보존하는 것 또한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나와우리’는 지난 8월 경기 의정부 지역 청소년 30여명과 베트남 청소년 교류를 하는 등 한-베트남 평화 교류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군 학살이 벌어진 3곳에 위령비를 세우고 다리·유치원·도서관 등의 건립도 지원했다. 280여명의 회원이 내는 회비 등으로 2000년부터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 유가족 7명에게 다달이 생활비를 건네고 있으며,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실종된 판응옥타인의 가족을 돕기도 했다.
‘나와우리’는 평화와 인권의 뿌리를 내리려는 뜻에서 서점 ‘책방이음’과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돕는 일도 열심이다. 조 대표는 “전쟁 때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이, 반신불수로 경제 활동이 어려운 이 등이 수두룩하다. 우리에게 충북 영동 노근리가 한국전쟁 때 미군이 남긴 상처라면, 베트남엔 우리가 남긴 상처가 너무 많다. 지금에라도 정부가 나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인권·평화가 돋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평화공원 교육관에서 열린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