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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일해도 알바생…TBS 프리랜서 피디 잔혹사

등록 2017-10-15 21:19수정 2017-10-16 10:24

TBS 출신 ‘프리랜서 PD’의 울분
채용 들러리에 자기 돈으로 음원까지 구입
임기제 될 수 있다는 희망에 5~10년 버텨도
프로그램 개편 따라 하루아침에 ‘계약해지’
서울시는 2019년까지 <교통방송>(TBS) 인력을 대부분 정규직화하고 교통방송재단으로 독립시킬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티비에스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서울시는 2019년까지 <교통방송>(TBS) 인력을 대부분 정규직화하고 교통방송재단으로 독립시킬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티비에스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13년 <교통방송>(TBS) 영어라디오 방송 ‘티비에스 이에프엠(eFM)’에서 작가로 일하던 김성희(가명)씨는 회사 제안에 따라 영어라디오국 피디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3개월 동안은 큐시트 작성부터 방송 제작까지 하면서도 수습이라는 이유로 교통비조차 없이 무보수로 일했다. 심지어 방송을 해야 하는데 음원이 없으면 자기 돈으로 사서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넣곤 했다.

프리랜서 피디들은 주로 임기제 공무원 피디들이 꺼리는 심야나 주말시간대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내 체육대회나 회사 홍보물 배포에까지 동원되지만 회사는 그들을 고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최근 해고무효소송이나 퇴직금지급소송 등 티비에스를 대상으로 한 프리랜서들의 행정소송이 이어지자 회사는 아예 그들의 이름을 사내 전화번호부에서 뺐다. 방송 제작 프로그램이 담긴 컴퓨터를 받지 못해 잠시 자리를 비운 공무원 컴퓨터를 옮겨다니며 일을 해야 한다. 경력증명서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하면 회사는 “프리랜서는 제작부장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성별과 세대별 차별도 뚜렷하다. ‘티비에스 프리랜서 노동현황 실태조사’를 보면 5년은 고용이 보장되는 임기제 공무원 피디들은 주로 40대, 그 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나 파견용역은 대부분 2030세대이며, 전체적으로 여성 임금은 남성의 58% 수준이다. 티비에스에서 오래 일한 한 작가는 제작 간부 등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10년차 프리랜서 피디에게 “너 이래서 계약되겠느냐”며 폭언·폭행을 가하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했다. 다른 작가는 “피디에게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되기도 했다. 한 프리랜서 피디는 “1년에 1~2차례는 폭언이나 성추행을 당한 누군가가 울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가해자들은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같은 비정규직이면서도 선배가 후배에게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후배들은 “자존감을 낮춰야 인건비를 후려칠 수 있으니까 그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성희씨가 이런 회사 분위기를 견딘 것은 언젠가는 임기제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는 다른 프리랜서 피디들처럼 회사의 요구에 따라 임기제 공무원 계약 갱신을 위한 선발 절차에 허위 지원하기도 했다. 지원자가 2명 이상 돼야 선발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내정자를 두고 프리랜서들에게 ‘채용 들러리’를 서도록 한 것이다. 회사는 그에게 입사지원서를 내고 면접엔 오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 네가 임기제 공무원이 될 때 누군가 똑같이 들러리를 해줄 것”이라고 했지만, 2017년 2월 티비에스는 그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선 시 차원에서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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