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평화공원에 흐드러진 코스모스. 노근리 평화공원 제공
노근리 평화공원이 역사 추모 공간을 넘어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황간 나들목에서 5분 남짓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은 한국전쟁 초기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근처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희생된 주민들을 추모하려고 2011년 조성됐다. 학살 현장 건너편인 옛 노송초 주변 13만2240㎡에 국비 191억원을 들여 조성한 평화공원에는 추모비·평화기념관 등이 들어섰다. 평화기념관에는 노근리 사건 관련 언론 보도와 미군 문서, 책·논문 등 자료와 사건 현장인 쌍굴다리, 희생자들이 살던 마을 모형, 한국전쟁 사료 등이 보관돼 있다. 추모비 옆 조각공원에는 노근리 사건과 전쟁·평화를 상징하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조금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다. 하지만 이곳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 이곳은 코스모스, 장미 등이 흐드러진 꽃 대궐이다. 지난해 장미 연구가 안대성(68)씨한테서 기증받은 장미 등으로 1만3200㎡의 장미 정원을 조성했다. 코스모스, 국화, 연꽃, 작약과 들꽃 등 1만㎡의 꽃 정원도 있다.
신현철 작가의 독도 사진.노근리 평화공원 제공
노근리 평화공원을 관리하는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정구도 이사장은 “노근리 평화공원은 4계절 어느 때나 제철 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정원이다. 역사, 교육, 문화 공간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들러 좋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시민의 공원”이라고 말했다.
바깥만 화려한 게 아니라 안도 볼 만하다. 다음 달 10일까지 공원 안 전시공간에선 독도 사진전이 열린다. 독도 사진 전문가 신현철(51) 씨가 독도에 머물면서 촬영한 작품 60여점이 전시된다. 독도 한반도 바위, 밤하늘, 등대, 몽돌 등 다양한 독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촬영 당시의 숨겨진 이야기와 독도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담겨 있다. 지난 8월에는 연꽃 사진전과 역사 캠프도 열려 청소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이 지난 8월 마련한 역사 캠프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수료 뒤 환하게 웃고 있다.노근리 평화공원 제공
정 이사장은 “시민들이 찾지 않으면 잊히는 공간이 된다. 추모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중화·보편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한해 10만명 남짓하던 관람객이 올해 2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3년 뒤엔 한해 3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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