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29일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에 앞서 청주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사드 문제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푸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청주에서 열린 축제에는 주한 중국대사와 중국 국립대학을 경영하는 당서기·부주석, 기업인 등 중국 쪽 주요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충북도 등은 이들이 한중 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국내 분위기를 중국에 전하는 특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축제에서 첫 만남이 성사됐다.
7회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29일 충북 청주에서 ‘한·중 친교’를 주제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 식전 행사의 하나로 충북대에서 한·중 대학 총장 포럼이 열렸다. 포럼엔 윤여표 충북대 총장을 비롯해 15개 대학 총장 등 39명, 중국 쪽에서 상하이교통대 장웬준 부총장 등 16개 대학 38명이 참석했다. 오후 2시부터 이어진 한·중 기업인 콘퍼런스(회의)에선 중국 36곳, 한국 30곳 등의 기업인 100여명이 한·중 보건 의료와 관광 분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교류의 장을 열었다. 이날 충북도와 중국 보건의료기업 ‘명의주도’는 보건의료·관광 분야 협력 강화와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했다. <런민일보>,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도 축제 현장을 보도했다.
이날 오후 6시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참석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애초 중국 쪽에서는 아이홍거 주한 중국대사관 교육참사관 등이 대표단으로 참석하기로 했지만 막판에 추궈홍 대사가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중국 쪽은 지난 3회, 5회 유학생 페스티벌에만 대사가 참석한 바 있다. 이종필 충북도 관광정책팀장은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어색해진 뒤 주한 중국대사의 참석을 위해 더욱 힘썼다. 중국대사가 중국을 대표해 축제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민간 문화 교류의 물꼬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한중 관계를 푸는 촉매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애초 축제 개막 직전에 이시종 충북지사, 추궈홍 중국대사, 노영민 주중대사가 함께 만나 환담하는 자리도 마련하려 했지만, 노 대사의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두 나라 대사는 이날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한 뒤 유학생 페스티벌 축사를 하는 선에서 공식적인 첫 만남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시종 충북지사와 추궈홍 중국대사의 환담에선 한중 관계개선을 위한 주요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추궈홍 대사는 “한중 정상회담을 통한 사드 문제 해결”이라는 노 대사의 지난번 발언을 의식한 듯 두 나라 고위급의 관계개선을 강조했다. 추궈홍 대사는 “양국 관계개선은 고위급 간 관계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두 나라 관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위급 간 상호신뢰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밝혀, 한중 정상회담 추진을 시사했다.
이 지사는 “한중 관계가 경색된 듯해 더 열심히 유학생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페스티벌이 한중 관계를 풀어가는 가교 구실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 대사는 “한중 관계 어려움 겪고 있지만 우호의 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두 나라는 운명·책임 공동체다. 평화와 안정, 국제적 정의 등 양국의 폭넓은 공동 이익은 지금 보이는 견해차보다 훨씬 크다. 유학생 페스티벌이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한·중 경색을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북도는 축제에 충북대(966명), 청주대(516명) 등 국내 체류 중국인 유학생(6만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막 첫날 한류 가수들이 꾸미는 케이팝 공연을 시작으로, 나흘 동안 한중 대학생 가요제, 한중 전통문화 체험, 한중 토론대회, 치맥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종필 충북도 관광정책팀장은 “한중의 미래세대인 젊은이들이 군사·정치적 문제로 꼬인 한중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