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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안돼”…가스안전공사 면접 점수 조작해 여성 지원자 탈락시켜

등록 2017-09-27 18:08수정 2017-09-27 23:56

박기동 사장 “여자는 출산·육아휴직 때문에 탈락시켜야”
합격권 여성 7명 고의 탈락, 지인 청탁 받고 3명 채용
계약·승진·표창·가스안전인증 대가 1억3310만원 챙긴 혐의도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한겨레 자료사진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한겨레 자료사진
공기업인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안전공사는 출산 등으로 업무 연속성이 단절된다는 이유 등으로 여성을 탈락시키라는 사장의 지시에 따라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권 여성 응시자 7명을 불합격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27일 신입사원 채용 때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권 여성 응시자 등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고, 가스안전인증 통과·계약·승진 대가 등으로 9차례에 걸쳐 1억3310만원을 챙긴 혐의로 박기동(60)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을 구속기소했다. 박 전 사장한테서 감사원 감사 무마 부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전 감사원 감사관 ㄱ(67)씨,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을 지낸 현직 검찰 수사관 ㄴ(47) 씨 등 3명도 구속기소했다. 또 박 전 사장과 함께 면접 점수 등을 조작해 인사 비리를 저지른 인사 담당 직원과 뇌물을 건넨 업체 관계자 등 1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가스안전공사는 2015년 1월과 2016년 5월 신입사원 채용 때 합격권 여성 7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 전 사장은 인사 담당자 등에게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조정해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박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인사 담당자 등은 면접 위원에게 실제 면접 과정에서 채점한 평가표를 재작성하게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불합격 대상인 남성 13명을 합격시키고, 합격권 여성 7명을 불합격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면접 2위인 여성은 8위로 변경해 탈락시켰으며, 면접 5위인 남성은 3위로 조작했다. 또 세계적 가스 도관 업체인 존 크레인사 근무 경력 여성은 크레인 제작 회사 근무 경력자로 분류해 탈락시켰다.

실제 한국가스안전공사 전체 직원 1341명 가운데 여성은 199명(1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사장은 2015년 1월 직원 채용 때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 3명을 합격시킨 혐의도 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성이 담보돼야 할 공공기관 인사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한 채 개인적 편견에 사로잡혀 여성을 탈락시킨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이 지난 2015년 3월 윤리경영 실천 서약을 하고 있다.한국가스안전공사 누리집 내려받음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이 지난 2015년 3월 윤리경영 실천 서약을 하고 있다.한국가스안전공사 누리집 내려받음
박 전 사장의 개인 비리 혐의는 백화점에 가까울 정도였다. 박 전 사장은 지난 4월 가스안전공사 내부자의 제보 등으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지난 6월 감사원 3급 감사관 ㄱ씨에게 2200만원, 지난 4월 검찰 수사관 ㄴ씨에게 1000만원을 각각 건네면서 감사 무마를 부탁했다.

박 전 사장은 가스안전공사가 관리하는 가스안전인증기준(KGS) 심사 대가 등으로 관련 업체에서 9000여만원을 받았으며, 2015년 가스안전대상 대통령 표창 추천 대가로 관련 협회 등에서 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2급에서 1급, 4급에서 3급 승진 대가로 직원한테서 200만~300만원씩 뒷돈을 받은 혐의도 사고 있다.

박 전 사장은 1980년 공채 1기 기계직으로 입사해 안전관리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2014년 12월 가스안전공사 사상 처음으로 내부 승진한 사장이 됐지만,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등으로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지난 19일 해임됐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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