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동네 골목잡지 <사이다> 창간 5돌을 맞은 최서영 대표 겸 편집장. 홍용덕 기자
“사이다가 뭐시여?” 5년 전인 2012년 봄 국내에서는 드물게 동네 골목잡지인 <사이다>가 나왔을 때, 경기 수원의 화성 행궁동 주민들은 ‘무슨 잡지냐’며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동네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을과 마을 사이 처럼 많은 ‘사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온 독립 대안매체인 <사이다>가 창간 5돌을 맞아 지난 11일 저녁 수원 화성내 행궁동에 위치한 다담에서 자축연을 열었다.
“아직도 안 망했어요?” 이날 모인 100여명의 지역 주민들과 문화 예술인들의 첫 인사말이었다. 문화의 서울 집중화로 고사 위기에 놓인 지역 출판·문화업계의 형편을 잘 알기에 ‘호기심반 걱정반’ 덕담을 한 것이다. <사이다> 편집장이자 발행인인 최서영(54)씨는 “열심히 했어요. 진짜 성심성의껏 만들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11일 저녁 동네 골목잡지 <사이다> 창간 5돌을 맞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주민, <사이다> 직원들이 함께 했다. <사이다> 제공
<사이다>는 창간호부터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이나 ‘주류’의 길을 버리고 수원지역 골목골목에 사는 평범한 이웃들의 깨알같은 삶을 기록하고 담는 길을 걸어왔다. 수원 남수동을 시작으로 최근 나온 15호 지동 이야기까지 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 동네 이발사와 오래된 점방, 40여년 된 찻집에서 손을 맞잡은 젊은 연인이나 60년된 마을 느티나무 등 마을의 역사와 애환이 어린 소재들이 매호 주요 기사를 장식한 까닭이다.
3명의 동료와 함께 시작했던 <사이다>는 이제 8명의 직원과 잡지 내용에 흠뻑 빠진 60여명의 지역 예술인들이 꾸려왔다. 작가와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사진가, 손글씨 예술가 등의 다양한 이들이 재능기부를 한다.
서울에서 살던 최씨가 수원에 둥지를 튼 것은 1993년,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이주했다. 출판 관련 외주일을 하던 근가 자비로 <사이다>를 만들겠다고 하자 주위에서는 “바보 같은 일”이라며 만류했다. 실제로 광고도 없이 분기에 한차례 5천부씩 발행할 때마다 2천만원이 들었는데, 그는 외주로 번 돈을 잡지에 다 쏟았다.
2012년 창간호부터 최근 발행된 15호 지동 이야기까지 동네 골목잡지 <사이다>. <사이다> 제공
그 이유를 묻자 최씨는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수원에서 늙어가고 싶었다”고 했다. 이젠 ‘사이다가 뭐냐’던 주민들 중에 연간 2만원을 내는 정기구독자도 생겼고 수원 밖에서는 ‘이런 잡지가 나오는 게 신기하다’고도 한다. 지난해 <전라도닷컴> 등 전국의 지역잡지가 모여 출범한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에서 골목잡지의 모델로 <사이다>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지난 시간보다 다가올 앞날 걱정도 크다. 열심히 일해서 잡지를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 몰랐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속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못하는 제가 무능한 거죠. 잡지가 흡입력이 큰만큼 멈추는 일은 없을 거예요. 대신 열심히 새로운 외주 등 돈 벌 거리를 만들어겠죠”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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