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 충북도의회 의원이 11일 충북도의회 본회의에서 도민에게 공개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국민을 ‘레밍’(설치류)에 비유했던 김학철(47·무소속·충주1) 충북도의회 의원이 이번엔 주민을 ‘늑대 무리’, 자신은 ‘늑대 우두머리’에 비유해 또 논란을 낳았다. 김 의원은 본뜻이 왜곡됐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시민단체 등은 크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11일 오전 충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수해 속 국외연수와 막말 파문에 따른 도의회 징계(출석정지 30일, 공개사과) 이행의 하나로 공개사과했다. 김 의원은 “사려 깊지 못한 판단과 언행으로 국민, 도민, 동료 의원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데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 일을 무겁게 받아들여 늑대 우두머리가 좌·우측 귀를 모두 열어 강한 놈, 약한 놈, 늙은 무리, 새끼 무리를 아우르면서 돌보며 가듯 배려와 포용, 관용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 발언이 끝나자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레밍 발언’을 한 김학철 의원이 ‘늑대 발언’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는 여전히 주민이라는 늑대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라고 생각한다. 참담하다. 사과 표현으로 적절한지 도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도 “김 의원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사과가 아니라 오만과 우월, 자아도취의 전형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정치 탄압이라고 한 발 더 나갔다. 김 의원은 “무리를 이끌고 바다로 향하는 레밍보다 무리를 잘 보살피는 늑대의 우두머리처럼 포용·관용의 정치를 하겠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이상한 억측으로 정치인의 입을 막아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원래 독서량이 많아 비유 화법을 잘 쓰는 편이다. 레밍 발언 때도 그랬지만 계산된 발언이 아니라 본심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의도다. 쓸데없는 억측으로 논란을 만들지 말라”고 덧붙였다.
김학철 충북도의회 의원이 지난 7월 수해를 뒤로하고 국외연수를 떠났다가 조기 귀국한 뒤 도민에게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그는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서 탄핵 주도 국회의원들을 ‘미친개’로 표현하고, “미친개는 사살해야”라고 하기도 했다. 또 수해 속 외유성 국외연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해 현장에도 안 나가본 지금 대통령이라 불리는 분 탄핵해야 한다”고 쓰는가하면, 시민단체의 사퇴요구에 “문재인씨한테 하라고 하세요”라고 하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정치학과)는 “마치 임금이 백성을 대하는 듯한 그의 대주민관은 21세기와 맞지 않는다. 그의 사과는 국민을 두 번 무시하는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고 불쾌한 태도다. 하지만 다분히 계산적 발언이다. 다소 비판이 있더라도 자신의 지지 세력, 진영을 결집하는 고도의 언론 플레이다. 놀아나선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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