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의 최근 1주일간 행적을 요약하자면 이런 표현이 딱 맞을 겁니다. 8월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투표율 95.68%(전체 조합원 1758명 중 1682명 참여), 찬성률 93.2%(1568명)로 총파업 돌입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4일 0시부터 문화방송 노조는 파업을 시작했고, <한국방송>(KBS) 노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김 사장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요. 체포영장 발부에서 잠적설·기습출근까지, 다사다난했던 김 사장의 1주일을 사진으로 정리했습니다.
■ 체포영장
문화방송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한 29일 사쪽은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이번 파업을 “사실상 정치파업이 주도하는 파업”으로 규정하고 “정치권력의 부추김에 고무된 거대 언론노조 MBC 본부가 정치권과 손잡고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정치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김 사장은 직접 얼굴을 비치지는 않았지만 이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조가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배경이 있습니다. 김 사장은 지난 5년여 동안 보도국장 등 보도국 간부·임원을 맡으며 2012년 파업에 참여한 문화방송 기자·피디·아나운서 등을 부당 징계·전보 조치한 ‘최종 책임자’로 노조 쪽은 김 사장을 대표적인 ‘방송 적폐’로 꼽습니다. 이 파업 뒤 부당 징계·전보된 문화방송 구성원은 200명이 넘습니다. 파업 참여 여부와 회사 충성도 등을 기준으로 기자들을 ‘주동층-회색분자-순응-충성’ 네 등급으로 나눈 이른바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 문건도 김 사장이 보도국장에 취임한 직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용부는 지난 6월29일~7월14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김 사장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확인하고 그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수사를 맡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김 사장에게 적어도 3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그는 여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서부지청은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받아 청구한 영장을 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겁니다.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사쪽은 다시 ‘방송 장악을 위해 MBC 사장에 체포영장 발부하는 정권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기 위한 정권의 탄압이 사장 체포영장 발부로 노골화”됐다는 게 골자입니다.
■ 아수라장
체포 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1일 때마침 김 사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장입니다. 200여명의 문화방송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 등이 행사장에서 시위를 벌였는데요, 김 사장이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면서 이들과 경호원 등이 대치하면서 몸싸움이 일었습니다. 김 사장은 눈을 감거나, 시위대를 외면하면서 그 자리를 뚫고 지나갔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김 사장은 ‘화물 승강기’를 타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는데요, 이날 오후부터 김 사장의 종적은 묘연했습니다. 한편에선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 의도적으로 잠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 행방묘연
여러 매체의 취재진이 주말인 2~3일 내내 김 사장의 뒤를 쫓았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를 보면, 1일 밤 김 사장은 서울 여의도 자택으로 귀가하지 않았습니다. 문화방송 노조 쪽도 김 사장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습니다.
2012년 파업 당시 해고된 이용마 문화방송 해직기자는 2일 자신의 에스앤에스(SNS)에 글을 올려 ‘잠적설’이 커지는 김 사장에 대해 “오로지 도망으로 일관하는 모습 (…) 처연하고 비참하다”고 일갈했습니다.
김 사장의 소재가 묘연한 가운데 주말 내내 시끄러웠던 곳은 정치권입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2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좌파 독재정권으로 가는 폭거”라며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특별사법경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전례가 있는지, 없을 것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일단 ‘특별사법경찰’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김 사장이 거듭 조사에 불응하자 서울서부지검에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겁니다. 특별사법경찰인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신청’해 실제로 발부된 체포영장만 따져도 지난해 1459건에 달합니다.
■ 기습출근
주말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사장은 4일 오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 출근했습니다. TV 주조정실과 라디오 주조정실, 보도국 뉴스센터 등을 돌며 근무자를 격려했고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이 어떠한 경우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0시부터 시작된 총파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소환에 불응했던 김 사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사흘 만에야 “5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다음 1주일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의 파업확대 찬반투표가 열린 8월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조합원들이 방송정상화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화방송>(MBC) 공식 블로그 ‘m톡’ 갈무리.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에서 MBC, KBS 노조원 등이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방송>(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며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방송>(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며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의 날 행사에 참석하던 중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문화방송>(MBC) 김장겸 사장이 화물승강기를 타고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이용마 문화방송 해직기자 페이스북 갈무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후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와 관련 긴급 의총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출근, 방송시설 운용을 점검하고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출근, 방송시설 운용을 점검하고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MBC)지부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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