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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필관리사 2명 목숨 끊은 부산경마공원, 도대체 무슨 일이?

등록 2017-08-29 10:51수정 2017-08-29 10:57

[밥&법] 열악한 노동 시달리는 마필관리사들
2명 자살 뒤 구성 협의체 구성 합의
노조 “마사회가 마필관리사 직접 고용을”
마사회 “옛 시스템 복귀땐 부정경마 우려”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조합원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요청 및 인권침해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조합원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요청 및 인권침해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 지난 5월27일 새벽 부산 강서구 범방동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마공원)의 마방(말이 생활하는 곳, 마구간) 근처에서 마필(말)관리사 박아무개(38)씨가 목을 맨 채 발견됐다. 마필관리사는 마주(말의 주인)가 맡긴 말을 키우고 먹이고 훈련시키는 일을 한다. 경주마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한다.

#2. 박씨가 세상을 떠난 지 67일째인 지난 1일 오전 10시10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농장 들머리에 주차해 있던 승용차에서 박씨의 동료 이아무개(3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승용차 트렁크에서 번개탄 흔적을 발견했다. 이씨 휴대전화에는 아버지와 동생에게 쓴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연간 입장객 100만명에 매출액 2조원이 넘는 부산경마공원에서 일하던 두 사람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유일한 단서는 박씨의 유서였다. 그는 유서에 ‘× 같은 마사회’라는 욕설을 남겼다. 두 명의 조합원이 사망하자 노조는 ‘다단계 착취 구조와 열악한 근무환경, 고용불안이 불러온 비극’이라고 규정하고 한국마사회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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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오해라고 항변한다. 마필관리사의 고용주는 조교사라는 것이다. 조교사는 마주가 말을 맡기면서 주는 관리비와 상금 일부를 받아서 마필관리사를 개인적으로 고용하며 기수와도 계약하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경마시행사인 한국마사회가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필관리사들이 가입한 노조의 상급단체는 두 곳이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공원 3곳 가운데 부산은 민주노총, 과천·제주는 한국노총이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마사회와 17차례 머리를 맞댔다. 지난 16일 3자는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 고용안정, 노조 활동 보장 등에 합의했다. 이어 노조는 19일 유족과 함께 두 조합원의 장례를 치렀다.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84일 만이다.

합의안의 핵심은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노총·민주노총 각 1명과 한국마사회 2명, 전문가 2명 등 6명이 11월 말까지 석달 동안 마필관리사의 고용보장 방법을 찾기 위해 협의할 예정으로, 논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마필관리사의 고용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애초 마필관리사는 조교사·기수와 함께 한국마사회 소속 정규직이었다. 그런데 1992년 조교사·마필관리사·기수가 연루된 대규모 부정경마 사건이 나자 한국마사회는 구조를 확 바꿨다. 마사회가 하던 경주마 육성을 개인사업자인 개별 마주에게 맡기고 마주가 마사회에 신청을 해 경주에 참가하는 방식이다. 직접 고용하던 조교사와 기수도 개인사업자로 변경했고 마필관리사는 조교사가 고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전반적인 외주화를 시행한 것이다.

다만 과천경마공원에선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해 조교사들에게 보내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조교사 개인에게 채용되는 마필관리사에 견줘 상대적으로 고용불안이 덜하고 근로조건이 좋다고 한다.

노조 “외주화가 다단계 착취 야기”
마사회 “공정성 위해 위탁 불가피”

노조는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한국마사회가 마필관리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2년 이전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시행사(한국마사회)와 경기 참여자(조교사·마필관리사·기수)가 같은 소속이면 공정성 시비가 있기 때문에 마주가 조교사와 위탁계약을 하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마 부정을 없애기 위해 직접고용을 포기했는데 1992년 시스템으로 돌아가면 부정 경마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마필관리사의 직접고용은 힘들다는 것이다.

한 마필관리사가 조교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서. 유일한 고정 급여인 기본급이 135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한 마필관리사가 조교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서. 유일한 고정 급여인 기본급이 135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한 마필관리사가 조교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서. 근로 기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약 기간 중에도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이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한 마필관리사가 조교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서. 근로 기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약 기간 중에도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이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관계자는 “1992년 대규모 경마 부정이 생겼을 때 한국마사회가 산업재해 등 법적 책임을 털어내기 위해 직접고용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경마 부정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은행원들의 급여가 높은 이유가 뭐냐. 금전의 유혹을 이겨내도록 급여를 현실화하고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면 부정 경마가 줄어들 수 있다. 부정 경마의 문제를 마필관리사 등 개인에게 돌리지 말고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한국마사회와 노조 등이 경마 부정 시비를 차단하면서도 불안정·저임금에 시달리는 마필관리사의 노동조건 개선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주목된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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