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와 식약처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25곳을 추가로 발표한 17일 경기도 양주시 한 농장에서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관계자들이 달걀 전량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현장 (유통·판매) 대처보다 급한 게 뭡니까?”
살충제 달걀 사태가 전국으로 퍼지는 가운데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해당 시군 공무원들은 17일 “우리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안전하도록 조치하는 게 우선인데 이게 말이되냐”며 정부의 늑장 대응과 혼선에 부글부글 끓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살충제 달걀을 확인하고도 8시간이나 지나 일선 자치단체들에 통보하는 바람에 출하를 막을 때를 놓쳐 살충제 달걀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는가 하면 멀쩡한 농가의 달걀이 농식품부의 혼선으로 대형마트 납품이 거부되는 등 ‘엇박자’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전국 32개 농가 중 17곳이 있는 경기도의 경우 남경필 경기지사가 살충제 달걀 보고를 받은 것은 검출된 지 하루가 지난 15일 오전 9시50분께였다. 농식품부가 지난 14일 잔류 농약 검사에서 남양주·광주의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을 확인하고 같은 날 오후 4시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지 18시간 만이다.
농식품부가 경기도와 남양주시 등에 ‘항생제 계란이 검출됐으니 이 시간부로 3일간 모든 계란 반출을 금지한다’는 전자공문을 보낸 시각은 14일 밤 11시49분이었다. 이때는 공무원들이 이미 퇴근하고 다음날은 공휴일이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살충제 달걀은 15일 아침에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 어느 농가인지는커녕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뒤늦게 살충제 달걀 소식을 들은 남양주시는 15일 오전 9시부터 해당 농가를 찾는 일에 하루를 허비했다. 실제 ㅁ농장에서 유통된 살충제 달걀의 회수는 최초 확인일로부터 이틀째인 16일에야 이뤄졌다.
그마저 지난 6일 ㅁ농장에서 살충제 살포 이후 유통된 16만8천개의 달걀 중 62%인 10만4418개를 회수했을 뿐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14일 당일에만도 ㅁ농장에서 2만개의 살충제 달걀이 출하됐다. 정부 대응이 너무 늦고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17일로 살충제 달걀 사태 3일째를 맞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엇박자는 물론 정부내 혼선도 여전하다. 경남도는 이날 오전 10시4분 ‘97농가 달걀 적합 판정’이란 보도자료를 냈다가 25분 만에 취소했다. 농식품부가 경남 농가 3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경남도 담당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수도 없이 전화를 해서 검사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오늘(17일) 아침에도 10번 이상 전화를 했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우며 알려줄 수 없다 하더니, 이제는 회의중이라며 아예 전화 연결도 안해준다. 농식품부가 보도자료를 낸 이후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 현장 후속조처는 지자체가 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내부 혼선으로 정상 농가의 달걀 판로가 막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이 29곳이라고 발표했다가 1시간여 만에 31개로 바로잡았다. 충남 아산의 ‘건강한 마을’ 등을 살충제 부적합 29개 농장에 끼워 발표했으나 사실관계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한 마을’을 운영하는 이원영씨는 “우리 농장은 케이지(철창)가 아니다. 계사에 닭을 풀어 키워서 닭들이 모래 목욕을 한다. 살충제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이씨가 납품하던 아산 롯데마트는 ‘달걀 납품을 안 받는다’고 밝혔다. 이씨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미안하다’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황당하고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수원 창원 대전/홍용덕 최상원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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