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간디유정란농장. 통풍이 잘되는 660여㎡ 닭장에서 800여마리 닭이 일광욕과 모래목욕을 하며 사육된다. 당연히 살충제 등 약은 전혀 필요 없다. 간디유정란농장 제공
좁은 닭장에 닭을 빼곡히 키우는 ‘공장식 축산’이 살충제 달걀 사태의 배경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살충제 없이 닭을 풀어 키우는 농가들도 있다.
경남 산청군 간디유정란농장은 16일 오후 경남도축산진흥연구소로부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니 시중에 다시 유통해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세현 간디유정란농장 대표는 2001년부터 660여㎡ 터에 울타리를 치고 닭 80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닭들은 항상 일광욕과 모래목욕을 하기 때문에 진드기·이 등이 거의 생기지 않고, 간혹 생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살충제 등 농약은 전혀 필요 없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휩쓸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최 대표는 인근 경남 진주의 400여가구를 회원으로 확보해, 전체 생산량의 70%가량을 매주 1차례 직접 배달한다. 나머지 20%는 다른 지역 회원들에게 택배로 보내고, 10%는 진주지역 로컬푸드 매장에 공급한다. 달걀 1개당 가격은 500원으로, 대형마트에서 파는 달걀보다 2배가량 비싸지만, 항상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간디유정란농장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을 받았지만, 최 대표는 “현실적으로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산란용 닭 사료에는 항생제가 섞여 있지 않은데, 농장에서 사용하는 사료를 검사해 인증을 해주기 때문이다. 인증받은 이후 사료에 살충제 등 약을 섞어 사용하면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따라서 최 대표는 “관계 당국이 수시로 불시에 검사해, 사료에 약을 섞어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아파트처럼 쌓아 올린 좁은 닭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방식에서 평지에 방사해서 키우는 방식으로 차츰차츰 전환하고, 판매는 중간유통 단계를 줄여 직거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농 직거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최 대표는 “빵·과자 등에 들어가는 달걀은 대량생산한 무정란 사용을 허용하되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달걀 자체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달걀은 평지에 방사해서 키운 닭이 낳은 유정란을 유통시키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마닭·아빠닭이 사랑으로 만든 유정란.”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을 맡고 있는 유항우씨의 명함에 있는 문구다. 그만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문에서 이 농장은 지난 15일 오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시료를 채취해 갔는데, 16일 “아무 잔류물질 없이 깨끗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씨는 “우리 농장은 구조적으로 잔류물질이 나올 수가 없다. 닭은 진드기 등을 모래찜질을 통해 씻어낸다. 닭을 풀어놓는 평사방식에서는 모래찜질이 가능하지만, 케이지식 사육방식에서는 구조적으로 진드기 등을 몸에서 떨궈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익산시가 올해 2~3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반경 3㎞이내 농장에 대한 가금류 예방적 살처분을 내리자, 이 농장은 살처분을 반대했다. 이 농장의 주인 임희춘씨는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가 된 아이들(닭)을 저와 가족이 지키고 있다. 가슴으로 낳은 이 아이들을 제발 살려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 농장은 2015년부터 익산시 망성면에서 991㎡(300평) 규모로 공장식이 아닌 동물복지 형태의 산란용 닭 5천마리를 키우고 있다. 동물복지 기준(1㎡당 9마리) 보다 넓은 계사에 닭들을 방사하고 친환경 사료와 영양제 등을 먹여 친환경인증과 동물복지인증 등을 받았다. 주변에서 닭을 더 키우라고 권하지만 닭의 활동공간 확보를 위해 더 확장하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다른 일반 농장과 달리, 기계처럼 사육되지 않기 때문에 닭들이 건강하다”고 말했다.
창원 전주/최상원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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