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충북여성연대가 10일 수해속 국외연수를 떠났던 김학철·박봉순·박한범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수해를 뒤로 하고 국외연수를 떠났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조기 귀국한 뒤 대국민 사과를 했던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자신들을 제명한 소속 정당에 슬그머니 재심을 청구하자 시민단체들이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충북여성연대는 10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학철·박봉순·박한범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평소 도의원 한명이 입법기관이라 큰소리쳤지만 이들은 재난 현장에 없었다. 이후 이들은 도민 앞에 나서서 사과를 하더니 뒤로는 당(자유한국당)의 제명 조처가 과하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변명, 꼼수로 일관하는 의원들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29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충북여성연대는 청주여성의전화 등 7곳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김학철·박봉순·박한범 의원 등이 자유한국당에 낸 제명 재심청구 기각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에 보낸 내용 증명에서 “세 의원을 발 빠르게 제명 조처한 것은 국민 여론을 고려한 책임정치 구현이다. 하지만 이들 세 의원이 재심을 청구하면 못 이기는 척 받아주는 ‘정치쇼’였다는 우려도 있다. 윤리위의 재심청구 입장 등을 17일까지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최병윤·박봉순 의원(왼쪽부터)이 지난달 22일 충북도민 등에게 수해 속 국외연수를 사과하고 있다. 최 의원은 3일 뒤 의원직을 사퇴했지만 박 의원 등은 사퇴를 거부하고 당의 제명 조처에 재심을 청구했다.오윤주 기자
이들은 충북도의회의 어정쩡한 조처도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김 의원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3명, 충북도청 공무원 4명 등과 함께 국외연수 길에 올랐던 최병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지만 도의회는 처리를 미적거리고 있다. 도의회가 이들 국외연수 의원을 상대로 취한 인사 조처는 행정문화위원장직 사임 뜻을 밝힌 김학철 의원의 위원장직 사직 처리뿐이다.
이를 두고 최진아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김양희 의장이 최 의원의 사퇴서를 2주가 지나도록 처리하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을 사퇴 처리하면 나머지 의원에게 사퇴 요구가 쏠릴까 봐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인상이다. 최 의원의 사퇴를 바로 처리하고, 만약 나머지 세 의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의회가 나서 제명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레밍 발언’에 이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언론·정치권에 막말을 쏟아부은 김학철 의원의 이중 행태도 꼬집었다. 물난리 속 국외연수 강행 책임을 들어 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을 사임한 김 위원장이 교육위원회 등으로 옮기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겨레> 기자와 한 통화에서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가 평의원으로 있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대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옮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스와핑(교환)하려면 상대가 있어야 한다. 아직 누구와 논의한 바 없으며, 교육위로 이동 등은 결정된 바도 없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학철·박한범 의원(왼쪽부터)이 지난달 23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어 수해 속 국외연수 강행에 관해 사과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자유한국당에서 제명 조처됐으나, 최근 재심을 청구했다.오윤주 기자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김 의원의 의원직 유지와 교육위 이동 등에 크게 반발했다. 조상 충북교육발전소 대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뱉은 김 의원의 의원직 유지와 교육위 이동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특히 교육은 이념과 인격이 중요한 잣대다”라고 말했다. 정선희 충북여성연대 대표는 “김 의원 등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도민들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 도민은 비를 피하기보다 도민과 함께 비를 맞으며 위로할 수 있는 의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오는 28~29일 충북도의회에서 이들 도의원 3명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최진아 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의원 스스로 사퇴하는 게 맞지만 이들이 버티면 의장단이 결단을 내려 이들의 의원직 배지를 떼야 한다. 의원과 의회가 머뭇거리면 시민들이 연대해 의회를 응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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