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말기 일제는 한국인들을 제주도에 강제동원해 각종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사진은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해안절벽에 만들어진 특공기지 모습이다. 허호준 기자
일제 강점기에 제주도에 강제동원됐다 해방 직후 귀향하던 중 선박화재로 숨진 해남 옥매광산 광부들을 추모하는 조형물이 세워진다.
옥매광산 광부 118명 집단 수몰사건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는 오는 11일 해남군 문내농협 2층 회의실에서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연다. 추진위원회는 광부들의 합동 제사일인 다음달 6일 광부들이 출항했던 황산면 옥동선착장에서 조형물을 제막하기로 했다.
조형물은 선박 모형에 희생자 118명을 상징하는 동그라미 118개를 새겨넣은 이동훈 작가의 작품이다. 건립 비용은 군민 1000여명의 성금으로 마련한다. 1구좌에 1만원씩 현재 980여명이 참여했다. 이 사업은 황산면과 문내면의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옥매광산 광부 집단 수몰사건은 해방 직후인 45년 8월20일 새벽 전남 완도군 청산도 앞바다를 지나는 선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18명이 숨진 사건이다. 이 배에는 같은 해 3월 하순 일제에 의해 제주도 서귀포 갱도진지 건설 등 일본군 군사시설 구축에 강제동원됐던 해남 광부들이 타고 있었다.
해남 옥매광산 광부들은 해방이 되자 어렵게 배편을 구해 돌아오던 중 참변을 당했다. 당시 배 안에는 일본인 5명을 포함해 225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당시 일본 경비정이 구조에 나서지만 일본인 5명만을 구조하고 철수한 아픈 역사가 남아 있다. 2005년 정부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결과 희생자 중 84명만이 국가기록원에 등재됐다. 주민들은 “돌아가신 분들은 무덤이 없다. 추모비라도 있어 함께 제사를 지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형물을 세우게 됐다”고 전했다.
45년 초 일제는 태평양전쟁에서 전황이 불리해지자 일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결 7호작전’을 세우고 제주도 내 해안에는 자살특공기지를, 중산간 등 지역에는 갱도진지 등을 구축해 미국과의 전투에 대비했다. 이 과정에서 일제는 제주도민들은 물론 다른 지방의 광산 기술자 등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해 군사시설 구축에 동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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