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이 농작물을 훼손하는 멧돼지 출몰을 막으려고 멧돼지가 다니는 길목에 당근·고구마 등 먹잇감을 뿌리고 있다. 옥천군 제공
충북 옥천군이 시행한 멧돼지 당근책은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옥천군은 지난 5월부터 멧돼지 출몰이 잦은 길목에 멧돼지가 좋아하는 고구마·당근 등을 뿌려 멧돼지를 유인하는 시책을 시행했다. 포획단을 꾸려 멧돼지를 잡는 정책에서 벗어나, 농작물을 마구 해치는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기’로 피해를 줄여 보자는 묘안이었다. 지금까지 100여만원을 들여 청산면 교평리, 동이면 우산리 등 2곳에 고구마를 뿌려 놓고 멧돼지를 유인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맡겨 효과를 분석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6월 10일께 두 곳에 무인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한 달 동안 주변을 살폈다. 동이면 쪽에선 효과가 나타났다. 멧돼지 5마리가 나타나 뿌려 놓은 고구마를 먹어 치웠고, 주변 농작물 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청산면 쪽에선 멧돼지 출현이 한 차례에 그쳤고, 먹잇감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주변 고구마밭이 파헤쳐지기도 했다. 고구마 맛을 안 멧돼지가 고구마밭을 찾아 파헤치는 ‘학습효과’ 피해 우려도 나왔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먹이를 주는 동안은 단기간, 일시적 효과가 나타났다.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없지만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 연구관은 멧돼지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유인과 포획이 병행돼야 한다고 귀띔했다. 멧돼지 개체는 2010~2012년 사이 1만㎡당 3.7~4.1마리였지만, 최근 1만㎡당 5마리까지 늘어 지금 전국에 약 45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연구관은 “옥천군이 야생동물과 공존을 위해 먹잇감 유인책을 시행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고라니 등 다른 유해조수도 많기 때문에 멧돼지 유인책 만으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군은 오는 10월까지 멧돼지 먹잇감 유인 실험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번엔 멧돼지 피해 신고가 빈발하면서도 엽사조차 포획이 어려운 옥천읍 가풍리 등 2곳에 먹잇감을 두고 유인하는 실험도 진행할 참이다. 박병욱 옥천군 환경관리팀장은 “멧돼지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실험은 진행 중이다. 먹잇감 유인 장소, 조건 등을 변화하는 등 수정·보완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