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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박근혜에 싸대기 맞고, 문 대통령에 뒤통수 맞았다”

등록 2017-07-31 17:00수정 2017-07-31 22:20

사드 추가배치에 분노한 성주
성주골프장 길목 지키는 주민들
“예상치 못한 일” 배신감 토로
전세버스로 상경, 청와대앞 집회
31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성주 주민 박수규(54)씨가 우산을 들고 혼자 성주골프장으로 가는 차량을 감시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31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성주 주민 박수규(54)씨가 우산을 들고 혼자 성주골프장으로 가는 차량을 감시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우산 위로 굵은 빗방울이 쉴새없이 떨어지는데도 성주 주민 박수규(54·대가면)씨는 선 채로 꼼짝하지 않고 뚫어져라 앞만 쳐다봤다. 혹여라도 성주골프장으로 올라가는 차량 한 대라도 놓칠세라 선 그의 모습은 흡사 경계를 서는 군인과 다를 바가 없다. 박씨의 뒤쪽에 놓인 책상에는 ‘협조해주세요. 탑차·적재물 꼭 확인 후 지나가 주세요’라고 적힌 펼침막이 비에 폭삭 젖은 채 놓여 있었다. 31일 오후 2시께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박씨는 “주민들은 박근혜한테 귀싸대기 맞고 문재인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린 뒤 문 대통령이 사드 4기를 추가 배치키로 한 데 대한 반응이다. 박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의 사드 반입 보고 누락과 성주골프장 부지 쪼개기 문제 등을 지적할 때만 하더라도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이후 기존에 배치된 사드를 운영하고 사드 발사대를 추가 배치하겠다고까지 하는 것을 보고는 이제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오후 3시께 박씨 옆에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촛불지킴단장을 맡고 있는 주민 노성화(60·금수면)씨가 섰다. 노씨는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치며 당분간 소강 상태로 가면서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언제 사드가 또다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우리는 이 상태로 길게 간다고 내다봤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3시50분께 박씨와 노씨가 서 있는 도로가 바로 앞에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섰다. “차 번호가 눈에 익은데 어디에서 온 차량이지?” 노씨가 의심스럽게 차량을 응시했다. “왜 사람은 안 내리고 저러고 있는 거지, 경찰인가?” 박씨가 말했다. 3분 뒤 젊은 남성이 우산을 받쳐들고 차량에서 내려 소성리 회관으로 걸어갔다. “연대하러 온 사람 같은데”. 박씨와 노씨가 긴장을 풀며 말했다.

이날 성주와 김천 주민들, 관련 단체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다.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주민 및 사회단체 등은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와 관련해 “호떡 뒤집듯 말과 행동을 바꾸는 사람이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황윤미 서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는 “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국정농단 적폐 청산을 주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사드 문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사드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합의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성주·김천에서 온 할머니들은 “사드야 빨리 내려와라”,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 가면 평화 온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천에서 왔다는 박아무개 할머니는 “그 자리가 어떤 자리냐. 거기 올라가기 위해 ‘나도 사드 반대한다’ 말해놓고서 두 달, 석 달도 안 돼서 (배치)명령을 내렸다”며 배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앞서 오전 11시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성주/김일우 기자, 최소연 교육연수생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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