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청주 중앙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그늘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오윤주 기자
‘청주의 탑골공원’으로 불리는 충북 청주 중앙공원이 달라진다.
중앙공원은 말 그대로 청주의 중앙에 있다. 일본 강점기에 ‘본정통’으로 불렸고, 이후에도 청주 최도심으로 활기를 띤 남문로 2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지만 지금은 노인공원으로 통한다. 서울 탑골공원처럼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노인 수백명이 쉼 없이 드나든다.
27일 낮 사방 그늘, 의자에서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 모두 노인이다. 군데군데 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다.
천년 풍상을 이겨낸 은행나무 압각수(충북기념물 5호) 등 백수를 누린 아름드리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곳곳에 망선루(지방유형문화재 110호) 등 문화재까지 자리 잡고 있다. 2013년엔 청주시가 8억3천여만원을 들여 옛 청주읍성까지 복원했다. 노인들이 몰리자 청주 와이엠시에이(YMCA)는 월~금요일마다 기관·단체 등과 점심 봉사를 한다. 하루 200여명이 이곳에서 국수를 먹는다. 점심을 해결하려고 공원에 오는 이들도 많다.
공원은 시민 모두의 것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포켓몬 신드롬’이 일 때 ‘포켓몬 성지’로 청소년들이 몰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노인은 머물고 시민은 서둘러 지나치는 옛 공원으로 돌아갔다.
충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 등이 27일 낮 청주 중앙공원에서 노인 등을 대상으로 노인학대, 복지프로그램 등을 상담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무채색 중앙공원을 유채색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보건소, 경찰, 복지기관 등 8곳이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매주 한 차례씩 공원에 나가기로 했다. 경찰은 도박까지 이른 내기 윷놀이, 음주, 성매매 등 사건·사고를 없애려고 순찰·상담을 진행한다. 보건소는 노인들의 혈압·혈당 등 건강 검진, 노인학대 상담 등을 벌이기로 했다. 복지기관들은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복지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이곳 노인들을 유인할 참이다.
김문희 청주시 노인장애인과 주무관은 “중앙공원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우범지대처럼 인식돼 안타깝다. 어르신을 제대로 보호하고, 시민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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