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박한범(왼쪽부터) 충북도의회 의원이 23일 자정께 충북도청에서 국외연수와 국민 비하 발언 등에 사죄하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오윤주 기자
최악 물난리를 뒤로하고 국외연수에 나섰다가 ‘국민은 레밍(설치류)’이라는 막말을 하는 등 물의를 일으킨 충북도의회 김학철(자유한국당·제명 추진) 의원이 부적절한 언행과 행동 등을 사과했다.
김 의원은 동반 귀국한 박한범(자유한국당·제명 추진) 도의원과 함께 23일 새벽 0시 5분께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준비한 회견문을 읽고 10분 남짓 할 말을 한 뒤 퇴장했다.
박한범(오른쪽) 충북도의회 의원이 23일 자정께 충북도청에서 국외연수에 사죄하며 머리를 숙이는 사이 김학철(왼쪽) 의원이 다른 곳을 보고 있다.오윤주 기자
두 의원은 기자회견문에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를 낳은 수해와 비상 상황을 뒤로한 채 국외연수를 강행해 도민께 충격·분노를 드린 데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또 “어떤 비난·질책도 달게 받겠다. 국외연수와 부적절한 언행·처사로 국민께 상처와 분노를 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두 의원은 국외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회 사무처·충북도청 관광항공과 직원 등 공무원 4명과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타이 방콕 등을 경유해 22일 밤 9시께 귀국했다. 출국 4일 만이다. 앞서 최병윤(더불어민주당)·박봉순(자유한국당·제명 추진) 의원은 출국 48시간만인 지난 20일 조기 귀국해 뒤늦게 수해복구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청주에 290.2㎜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충북 곳곳에 수해가 난 것을 알고도 지난 18일 국외연수에 나섰던 여야 의원 4명과 공무원 4명 등 연수단 8명은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모두 조기 귀국했다.
김학철 의원이 ‘국민은 레밍’ 등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 등을 해명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김 의원은 사과와 함께 ‘국민은 레밍’이라는 망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의원은 “레밍 신드롬은 어떤 사안·상황에 대해 군중이 최초 보도나 지도자의 주장에 대해 진영으로 나누어져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반대하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당시 <한국방송> 기자와 사회 현상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이 안 됐다. 국민을 빗대거나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부적절한 표현이 일파만파 번지게 될 줄 몰랐다. 비난은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민 한성주(65)씨, 애국보수연합 오천도씨 등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을 쥐로 표현했지만 당신은 개에 불과하다. 사퇴하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 요구 등 거취 문제에 대해선 “생각해 둔 게 있다”며 즉답을 피해 갔다. 수해 속에서 상황 판단을 잘못해 연수를 강행한 것을 사과하면서도 관광성 연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번 연수는 10개월 전에 계획했고, 두 차례 미루다 이번에 갔다. 내년 선거가 임박했다면 관광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절대 관광성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0일 귀국한 최병윤 의원은 “상당 부분 관광·외유성이라는 지적 부인할 수 없다. 솔직히 김 위원장이 일정을 짰고, 비행기를 탄 뒤에야 구체적 일정을 받았다. 미리 체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김 의원과 다른 말을 했다.
충북도의회·충북도청 직원 등의 프랑스·이탈리아 국외연수 일정.오윤주 기자
이들 유럽 연수단은 19일 프랑스에 도착해 나흘 동안 개선문, 로마시대 수로, 아비뇽 연극축제, 모나코 대성당 등을 둘러볼 참이었다. 23일 이탈리아로 넘어가서는 피사의 사탑, 두오모 성당,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장 등을 찾을 계획이었다. 이들의 공식 방문 일정은 마르세유컨벤션센터, 피렌체시청, 밀라노시청 등이 전부다.
충북지역 집중호우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22일까지 산사태 등으로 7명이 숨지고, 이재민 2141명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1830명은 귀가했지만 311명은 일주일째 마을회관 등에서 지내고 있다. 재산피해도 578억여원으로 늘었다. 청주가 326억원으로 피해가 가장 컸고, 괴산(94억)·증평(59억원)·진천(46억원)·보은(45억원) 등도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이들 의원·공무원 등은 수해복구를 뒤로 하고 연수를 떠났지만, 충북도민뿐 아니라 서울·대구·대전·경기 등에서 22일까지 3만1726명이 수해현장에서 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하지만 김 의원은 한 방송과 한 귀국 인터뷰에서 “지금 수해현장에 간들 주민들이 좋아할 리 없다. 사진 찍히기 위한 봉사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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