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최병윤·박봉순(왼쪽부터) 의원이 유럽 연수에서 돌아와 20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오윤주 기자
최악 물난리를 뒤로하고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연수 길에 올랐던 충북도의회 최병윤(더불어민주당)·박봉순(자유한국당) 의원이 도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의원직 사퇴와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까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떠나 <한국방송>인터뷰에서 ‘국민은 설치류’라는 막말을 한 김학철(자유한국당) 도의원 등 6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21일께 귀국 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럽행 출국 48시간 만인 20일 오후 1시 55분께 프랑스에서 인천공항으로 조기 귀국한 뒤,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의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마음속의 눈물을 훔치며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있다.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실망하고 상처 입은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일부터 수해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 복구를 위해 분골쇄신하겠다. 수해로 아픔을 겪는 이웃의 눈물을 닦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충북도의회 최병윤·박봉순(왼쪽부터) 의원이 유럽 연수에서 돌아와 20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오윤주 기자
둘은 의원직 사퇴,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등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도민께 죄송하다. 의원직 사퇴를 포함해 도민께 사죄하는 길을 찾아보겠다.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도 고민하겠다. 당이 징계하면 달게 받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당무위원회가 20일 유럽 연수에 나선 박봉순·김학철·박한범 의원 등 3명의 제명을 권고했고,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도 최 의원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하는 등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김학철 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 등 도의원 2명과 충북도청 공무원 4명도 조기 귀국을 추진하고 있다. 최 의원은 “동행한 8명이 모두 귀국하는 것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도 귀국할 것으로 본다.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오후 <한겨레>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당분간 말하지 않고 있겠다. 전원 티켓팅 완료했다”고 밝혔다. 21일 프랑스에서 출발해 22일께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의회 의원과 충북도청 공무원 등 8명의 유럽 국외 연수 일정.오윤주 기자
이들 의원은 이번 연수가 관광성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18일 오후 2시께 출국한 이들은 19일 프랑스에 도착해 나흘 동안 개선문, 로마시대 수로, 아비뇽 연극축제, 모나코 대성당 등을 둘러볼 참이었다. 23일 이탈리아로 넘어가서는 피사의 사탑, 두오모 성당,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장 등을 찾을 계획이었다. 이들이 내놓은 연수 일정을 보면, 마르세유컨벤션센터, 피렌체시청, 밀라노시청 등을 공식방문한다고 돼 있다. 최 의원은 “시청 방문 등 일부 공식 방문 일정이 있지만 상당 부분 관광·외유성이라는 지적 부인할 수 없다. 솔직히 김 위원장이 일정을 짰고, 비행기를 탄 뒤에야 구체적 일정을 받았다. 미리 체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출국과 조기 귀국 과정에서 의원 간 갈등 상황도 털어놨다. 최 의원은 “출국에 앞서 수해 때문에 연수를 갈지 말지 논의했지만 강행 의견이 다수였다. 조기 귀국을 놓고서도 회의를 했지만 김 위원장 등이 반대하는 바람에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2명만 먼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집중호우로 충북지역은 20일 아침까지 사망 7명, 이재민 1892명, 재산 피해 295억원 등 피해가 홍수처럼 불어나고 있다. 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 강서·가경 지역이 침수되는 등 극심한 피해가 났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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