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 도우려 했다며 변명”…형량 2년 가중
총 1억여원 가로채고 노예계약서 작성·폭행 등 일삼아
총 1억여원 가로채고 노예계약서 작성·폭행 등 일삼아
법원이 지적장애 고교동창생을 학대하고 갈취한 30대에게 검찰의 구형량보다 2년 더 많은 중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6단독 김승주 판사는 20일 지적장애를 지닌 고교동창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억대의 돈을 빼앗고 상습 폭행한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송아무개(33)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지난 6일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4년에 견줘 2년이 더 늘어난 것이다.
김 판사는 ”지적장애를 지닌 고교 동창생을 노예처럼 부리고 돈을 빼앗고 폭행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 송씨가 이를 반성해도 부족한데 아직까지 피해자를 도와주려 했다며 변명하고 있어 잘못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중형 선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고인 송씨는 자기방어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고교동창 박아무개(34)씨에게 “내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인수하라”고 꾀어 59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1억4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송씨는 치킨집을 폐업한 뒤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친구 박씨를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 2개월간 경남 거제 조선소와 경기 안산의 한 유통업체 등 자신이 소개해준 곳에서 일하게 하면서 월급으로 받은 돈을 뜯는가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퇴사할 수 없고 이런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는 등의 노예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능지수 79로, 고교를 졸업하고 20살부터 부모한테서 독립해 살던 중 박씨는 우연히 만난 친구 송씨로부터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야구방망이 등으로 수시로 폭행을 당하다 지난해 6월 연락이 닿은 가족을 통해 수년간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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