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보수국민연합 오천도씨가 20일 오후 충북 청주 충북도청 앞에서 물난리를 뒤로 하고 유럽 연수를 떠난 충북도의회 의원 4명의 사퇴를 촉구하고, 도의회에 삽을 들고 수해 복구에 나서라는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오윤주 기자
“5일째 물 없이 지낼 수 있나요. 화장실도 못가니 사람 사는 게 아니지요.”
충북 청주 복대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 16일 폭우 이후 5일째 수도·가스 공급이 끊겼다. 수해 당시 주변 석남천이 범람하면서 아파트로 물이 들이닥쳤고, 지하 2층이 1.8m가량 물에 잠기면서 지하실에 있던 전기·기계 시설 등이 모두 가동을 멈췄다. 그나마 지난 19일 저녁 7시께 임시 전기시설을 가동했지만 용량이 모자라 에어컨, 승강기 등은 아직도 가동을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변 호텔·찜질방·친척 집 등을 떠돌고 있다. 집을 떠나지 못하는 몇몇 주민들은 15층까지 비지땀을 흘리며 오르내리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 등이 녹아 내려 거실 바닥이 물바다를 이룬 곳도 수두룩하다. 이 아파트 452세대 주민들은 그야말로 피란민 신세가 됐다. 한 주민은 “이 폭염 속에 물도, 전기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지옥이 따로 없어요”라고 했다.
청주시 우암동의 한 25층 아파트(181세대)도 승강기 가동이 멈췄다. 아파트 코앞에 우수저류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물이 역류하면서 아파트를 덮쳤고, 지하실에 있던 전기·기계 시설 등이 모두 망가졌다. 17일 오후 임시 전기시설이 가설됐지만 승강기는 22일께나 돼야 가동할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고층 세대 노인·주부·어린이 등은 아예 집 밖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5일째 불편이 가중되자 주민들은 청주시를 집중적으로 성토하고 있다. 복대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청주시의 부실한 하수 관리로 피해가 커졌다며 시에 탄원·민원 신청 접수를 위한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우암동 아파트 주민들은 18일 청주시에 탄원서를 냈다. 서창선 이 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입주 7개월밖에 안된 새 아파트가 마비된 것은 청주시의 부실 행정이 한몫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집중호우로 충북지역은 20일 아침까지 사망 7명, 이재민 1892명, 재산 피해 295억원 등 피해가 홍수처럼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복구가 더뎌지면서 수인성 전염병 등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애국보수국민연합 오천도씨가 20일 오후 충북도청 앞에서 물난리를 뒤로 하고 유럽 연수를 떠난 충북도의회 의원 4명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한편 물난리를 뒤로 하고 유럽 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회·충북도청 공무원 8명 가운데 최병윤(더불어민주당)·박봉순(자유한국당) 의원 등 2명은 20일 오후 1시 55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조기 귀국했다. 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도민께 사죄하겠다. 수해 현장에 나가 속죄의 땀을 흘리겠다. 나머지 의원 등이 언제 돌아올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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