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무기계약직의 비애…폭우 속 14시간 작업 ‘순직처리’ 안돼

등록 2017-07-19 18:07수정 2017-07-19 20:29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 보수원 박종철씨
아침부터 밤까지 폭우 속 도로 보수 작업 뒤 쓰러져
17년 무기계약직 정년 보장되지만 공무원 신분 아냐
지난 17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무심천 수위가 낮아진 가운데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2017.7.17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무심천 수위가 낮아진 가운데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2017.7.17 연합뉴스
지난 16일 290.2㎜의 폭우 속에서 도로 보수를 하다 숨진 박종철(50)씨는 공무원으로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정년은 보장받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닌 이른바 ‘중규직’이기 때문이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 보수원 박씨는 이날 아침 7시 폭우 속에서 비상 소집됐다. 20분 만에 청주시 내수읍 묵방리 지하차도에 출동했다. 시간당 최고 91.8㎜의 장대비 속에서 작업이 쉽지 않았다. 점심도 현장에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출동 10여시간만인 오후 5시께 가까스로 길을 텄다. 사무실로 복귀해 녹초가 된 몸을 추슬렀다. 평소 때라면 퇴근을 해야 했지만 이날은 대기였다.

숨진 도로보수원 박종철씨.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숨진 도로보수원 박종철씨.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밤 8시께 다시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오창 성산 삼거리 침수 현장이었다. 8시30분께 현장에 투입돼 밤 9시까지 작업을 벌였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도로 보수 차량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던 박씨는 그대로 쓰러졌다. 동료들이 심폐소생을 하며 119구급대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김성진 도로관리사업소 팀장은 “말없이 자기 일을 수행하던 사람이었다. 일을 매우 잘하는 분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2001년 7월 무기계약직 도로보수원으로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에 들어왔다. 지금 충북도 도로보수원은 77명이다. 이들은 충북 전역의 지방도 1475㎞를 보수한다. 그는 12명의 기동반에 편성돼 눈비 등으로 도로가 훼손되면 밤낮없이 출동해왔다.

공무원들과 함께 공무원처럼 일하고, 충북도청 모든 직원이 가입한 단체보험도 들었지만 그는 공무원이 아니었다. 무기계약직으로 이른바 ‘중규직’이다. 정년은 보장받지만 공무원연금법 등을 적용받는 정규직의 중간 신분이다. 이 때문에 순직처리를 받지 못했다. 순직 공무원은 ‘국가 유공자 등 예우·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유공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충북도가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가입한 산재보험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산업 재해로 인정받는 길뿐이다. 이경태 충북도 공보관은 “현행 규정으로 보면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순직처리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 심의 때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충북도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공보관은 또 “충북인재양성기관을 통해 그의 중학생 딸이 학업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게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