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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 동포에 무조건 ‘친북’ 추측은 잘못”

등록 2017-07-17 21:00수정 2017-07-18 10:12

[밥&법] ‘조선적 재일동포 ’입국 제한
여권법 개정안 발의 강창일 의원
강창일 의원
강창일 의원

“조선적 재일동포 가운데는 일본에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고 민족성을 지키려는 동포도 많아요. 이들에 대한 불합리한 제약을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시급합니다. 이들이 고향을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입니다.”

지난 3월 ‘조선적’ 재일동포의 자유로운 고국 방문을 위해 여권법 개정안을 발의한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무국적 재외동포의 여행증명서 유효기간을 일률적으로 1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현행 재외동포법에 따른 재외동포 체류 기간은 3년까지이며, 연장이 가능하다. 강 의원이 발의한 여권법 개정안은 현행법 위반 및 남북한 교류 협력 저해, 대한민국의 공익을 해칠 위험이 있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외교부장관이 무국적 외국 거주 동포에 대해 여행증명서 발급 및 재발급을 거부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고, 여행증명서 유효기간을 일반 재외동포와 같이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재외동포법에 체류기간 3년인데
무국적 이유로 ‘1년 이내’로 제한
이동권 위배에 헌법 기본권 침해
보수정권의 입국 거부 ‘웃음거리’ 돼

‘조선적 재일동포 입국 실현을 위한 모임’도 지난 12일 국민인수위원회에 낸 정책제안을 통해 이 여권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를 요구했다. 모임 쪽은 이 개정안이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여행증명서 발급을 완화하고 고국 방문 기회를 보장하는 취지의 입법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는 남북교류협력법 및 여권법 등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처분”이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을 이동권과 귀환권의 보장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인권선언문(1948년 제정) 제13조는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든 살 수 있다. 또 그 나라를 떠날 권리가 있고 다시 돌아올 권리도 있다”며 이동권을 명시하고 있고, 국제인권규약(1966년 채택) 제12조 4항은 “어느 누구도 자국으로 돌아갈 권리를 자의적으로 빼앗지 못한다”며 귀환권을 보장하고 있다. 송상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가 지금 조선적 재일동포를 포함한 재외동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정부가 조선적 재일동포 등 무국적 재외동포의 방한을 무차별적으로 불허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무국적 재외동포 모두가 북한이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귀속의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정부는 무국적 재외동포가 무조건 북한 정권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이들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소설가 김석범 선생의 경우 노태우 정권 때인 1988년 이후 13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2015년 4월 제주4·3평화상을 받기 위해 고국 땅을 밟았지만, 그 이후 출판기념회 참석을 위한 입국은 거부됐다. 정영환 교수 역시 노무현 정부 때 한국 입국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들에 대한 입국 거부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돼버려 안타깝다”며 “조선적의 유지를 북한을 지지하는 정치적 의사표시로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조선적은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재일동포의 호적에 일본 정부가 식민지 시대의 한반도 명칭인 ‘조선’을 써넣은 것으로, 모국에 입국해 문제되는 행위를 한 상황도 아니고 과거 총련 활동을 했다거나 누군가를 만났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자국민을 추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번 개정안 발의는 조선적 재일동포의 고국 방문 기회를 확대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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