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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권의 기적! 동네 서점이 살아났다

등록 2017-07-14 15:40수정 2017-07-14 16:19

충북 동네 서점 살리기 ‘상생 충북(book)’
1년 만에 지역 작가·출판 책 940권 판매
충북교육청 등 10곳과 지역책 구매 협약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협의회 상생 충북이 청주 시내 서점 17곳에 설치한 ‘이웃의 삶 이웃의 이야기’ 코너. 시민들이 이곳에서 지역 작가와 출판사가 내놓은 책을 보고 있다.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협의회 상생 충북이 청주 시내 서점 17곳에 설치한 ‘이웃의 삶 이웃의 이야기’ 코너. 시민들이 이곳에서 지역 작가와 출판사가 내놓은 책을 보고 있다.충북엔지오센터 제공
‘940권의 기적!’

꼭 1년 전인 지난해 6월. 충북 청주 철당간 옆 우리문고에서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상생 충북(book)’(상생 충북)이 발을 뗐다. 지역 작가, 지역 도서출판이 내놓는 지역책을 동네 서점에서 사는 것이 뼈대다. 자본·미디어·유통망 등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중앙 출판사들에 ‘맞짱’을 뜨자며, 독립 선언을 한 것이다.

송인서적 등 규모와 역사를 대형 서점조차 견디지 못하는 터라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 싸움’, ‘달걀로 바위 치기’ 정도로 비쳤다.

하지만 이들은 영리했다. 먼저 글을 쓰는 충북문인협회·충북작가회의, 책을 만드는 도서출판 직지 등 지역 출판사, 책을 유통하는 청주시서점조합·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책 소비자이면서 시민단체인 충북엔지오센터가 의기투합했다.

“대형 출판사에서 만들어내는 베스트셀러들과 겨루려면 전략이 필요했죠. 아무리 좋은 책도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 소비되지 않아요. 그래서 서점들과 모험과 실험을 시작했죠.”(송재봉 상생 충북 협의회장)

첫 작품으로 ‘굿(good) 바이(buy) 캠페인’을 내놨다. 지역 작가·출판사가 내놓은 좋은 책을 사는 운동이다. 청주지역 서점 17곳에 ‘이웃의 삶, 이웃의 이야기’ 코너를 만들었다. 베스트셀러가 놓이는 서점 중앙, 가장 잘 보이는, 손이 가장 잘 가는 곳에 지역 작가들의 책을 두고 독자를 기다리는 것이다.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협의회 상생 충북이 선정한 추천도서.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협의회 상생 충북이 선정한 추천도서.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좋은 책을 뽑으려고 ‘상생 충북 도서추천위원회’를 꾸렸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국어교육과) 교수, 이미자 청주문인협회 사무국장, 이종수·류정환 시인, 이연호 꿈꾸는 책방 대표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즐거운 소풍길>(도서출판 직지, 변광섭 지음)에서 부터 올해 5·6월 <도플러 효과에 속다>(도서출판 직지, 이재표 지음)에 이르기까지 7권을 뽑았다. 그동안 15차례 작가-독자와 만남 행사를 열었다.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 충북이 제작한 청주 동네 서점 지도.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 충북이 제작한 청주 동네 서점 지도.충북엔지오센터 제공
동네 서점 지도도 만들었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국토를 발로 누비며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듯 이들도 찬찬히 지도를 제작했다. 1977년 문을 연 유신상사, 1983년 2월부터 율량동 고려서점, 사라진 일선문고 자리에 들어선 우리서점 등 청주 시내에 자리 잡고 있는 서점 17곳을 지도에 펼쳤다.

“인터넷, 대형 서점 등이 유통망을 흔들면서 동네 서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는 데까진 하려한다.”(방민석 고려서점 대표)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 충북이 지난해 10월 진행한 ‘동네 서점 여기 있수다’ 전시.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 충북이 지난해 10월 진행한 ‘동네 서점 여기 있수다’ 전시.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지도를 제작한 상생 충북은 지난해 10월 청주 시내 서점과 책방 주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네 서점 여기 있수다’ 전시를 열었다. 지난달 15일에는 상생 충북 1돌을 기념해 <청주방송> 라디오 ‘길원득의 음악앨범’ 공개방송에 문태준 시인을 초대해 ‘동네 서점아 힘내’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 사이 책 940권이 팔렸다. 동네 서점에서 757권, 청주 문인협회와 출판사를 통한 주문으로 183권이 팔렸다.

“어찌 보면 많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940권은 거의 기적이다. 솔직히 지역 작가·출판 책은 일 년 내내 100권이 채 안 돼 9~10배 정도 팔렸다고 봐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기획·디자인·편집 등에 신경을 써 중앙의 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품질 개선에 힘써야 한다.”(임준순 청주시 서점조합장(열린문고 대표))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 충북이 올해 5·6월 선정도서 <도플러 효과에 속다>의 이재표(앞줄 왼쪽 3번째) 시인을 초청해 작가와 만남 행사를 진행했다.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 충북이 올해 5·6월 선정도서 <도플러 효과에 속다>의 이재표(앞줄 왼쪽 3번째) 시인을 초청해 작가와 만남 행사를 진행했다.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상생 충북은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 자치단체 등 기관·단체들과 협약을 통해 지역 작가·출판사가 내놓은 책 구매 확대에 나설 참이다. 지난해 6월 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와 협약을 한 데 이어 청주시사회복지협의회,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청주시의회, 충북교육청,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10곳과 업무 협약을 했다. 이들은 협약을 통해 지역 작가·출판의 책을 동네 서점을 통해 우선 구매하기로 했다.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 충북과 청주YWCA가 지난해 9월 동네 서점 살리기 업무 협약을 했다.충북엔지오센터 제공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 충북과 청주YWCA가 지난해 9월 동네 서점 살리기 업무 협약을 했다.충북엔지오센터 제공
“동네 책방은 감성과 지성을 쌓을 수 있는 영혼의 정거장이다. 문화도시 청주에서 부흥해야 할 것은 동네 책방이다.”(김호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송재봉 상생 충북 회장은 “지역 작가·출판, 동네 서점 등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지역 안에서 문화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더 많은 기관 단체와 협약을 통해 상생 충북이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힘쓰겠다”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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