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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피아노가 다시 누군가의 꿈으로

등록 2017-07-10 16:21수정 2017-07-11 00:47

충북문화재단, 피아노 기증받아
수리뒤 복지관 등 기부 프로젝트
화가 등 ‘재생’ 동참…기념 연주도
진천 상신초 어린이들이 지난해 ‘열한대의 피아노 프로젝트’로 받은 피아노로 연주를 하고 있다.충북문화재단 제공
진천 상신초 어린이들이 지난해 ‘열한대의 피아노 프로젝트’로 받은 피아노로 연주를 하고 있다.충북문화재단 제공
“집안 구석 먼지 쌓인 피아노가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

‘리본 프로젝트-열한대의 피아노’를 벌이고 있는 충북문화재단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믿음이다. 말 그대로 십수 년 집안을 울리다 이젠 소리를 멈춘 피아노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뒤(리본),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 꿈을 되살리려는 나눔 이야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문화재단과 산업진흥재단은 지난 4개월 동안 진행한 열한대의 피아노 프로젝트를 행복하게 마무리한다고 10일 밝혔다.

두 재단은 지난 4월부터 낡은 피아노를 찾아 나섰다. 애초 충북지역 시·군 11곳에 골고루 피아노를 나눈 뒤 화합·상생하려는 뜻에서 열한 대를 목표로 삼았지만 13대가 기증됐다. 경북 김천·청송 등에서도 기부가 이어졌다. 지난해 프로젝트에선 11대를 기증받아 진천 상신초 등에 보냈다.

낡은 피아노를 기증한 서유나(경북 김천)씨의 어머니 최윤정씨. 충북문화재단 제공
낡은 피아노를 기증한 서유나(경북 김천)씨의 어머니 최윤정씨. 충북문화재단 제공

김성심 작가가 서유나(경북 김천)씨가 기증한 피아노에 ‘소리없는 멜로디’를 주제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충북문화재단 제공
김성심 작가가 서유나(경북 김천)씨가 기증한 피아노에 ‘소리없는 멜로디’를 주제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충북문화재단 제공
피아노와 함께 애틋한 사연도 함께 모였다. “부모님이 어렵게 사 준 추억이 많은 피아노라 버릴 수도, 팔 수도 없어 집에 뒀는데 기부에 동참한다.”(서유나·경북 김천).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주민센터에서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와 작별하지만 다른 이의 꿈이 된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기부한다.”(조인식·경북 청송). “리본 프로젝트가 음악의 꿈을 꾸던 시절로 되돌아가게 했다.”(김혜진·충북 청주)…. 충북영창피아노, 세원악기사 등도 피아노 2대씩을 기증했다. 충북문화재단 등은 피아노와 함께 이들 기증자의 사연도 전할 참이다.

낡은 피아노를 기증한 경북 청송의 농부 조인식씨. 충북문화재단 제공
낡은 피아노를 기증한 경북 청송의 농부 조인식씨. 충북문화재단 제공
송선영 작가가 경북 청송의 농부 조인식씨가 기증한 피아노에 ‘연필’을 주제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피아노는 11일 문화파출소 청원으로 보내진다. 충북문화재단 제공
송선영 작가가 경북 청송의 농부 조인식씨가 기증한 피아노에 ‘연필’을 주제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피아노는 11일 문화파출소 청원으로 보내진다. 충북문화재단 제공
이들 피아노가 수리·조율을 거쳐 옛 소리를 찾자, 화가 등 예술인들이 5~6월 두 달 동안 피아노 한 대씩을 맡아 저마다 ‘창조적 재생’에 나섰다. 감연희 작가는 ‘날아라 병아리’, 손순옥 작가는 ‘꿈꾸는 피아노 평화기행’, 주미영 작가는 ‘이상한 음악나라’, 류민아 작가는 ‘경청’이란 작품을 피아노에 형상화했다. 청주시노인복지관 미술반의 할머니 작가 18명은 ‘네버엔딩 스토리’를 피아노에 수놓았다. 이들은 ‘누구의 엄마, 아내가 아닌 아름답고 귀한 자신의 삶’을 작품에 담았다.

낡은 피아노에서 새 생명을 담아 환생한 피아노가 지난달 17일 청주첨단문화재단 광장 무대에서 펼쳐진 열한대의 피아노 콘서트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낡은 피아노에서 새 생명을 담아 환생한 피아노가 지난달 17일 청주첨단문화재단 광장 무대에서 펼쳐진 열한대의 피아노 콘서트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새 생명을 얻은 피아노는 화려하게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17일 밤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광장 무대엔 충북도립교향악단 등 충북의 내로라하는 악단이 총출동했다. 시민 3500여명은 피아노와 기타·노래·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환희에 여름밤 90분을 유쾌하게 빼앗겼다. 이날 협연한 피아니스트 이루마씨는 공연 뒤 새 피아노 2대를 기증했다. 이 피아노는 충북혜능보육원,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등에 보내졌다. 이정순 혜능보육원장은 “피아노가 아이들에게 더없이 따뜻한 응원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시민 3500여명이 지난달 17일 청주첨단문화재단 광장 무대에서 펼쳐진 열한대의 피아노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시민 3500여명이 지난달 17일 청주첨단문화재단 광장 무대에서 펼쳐진 열한대의 피아노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공연까지 마친 피아노는 새집을 찾았다. 모두 19곳이 피아노를 바랐지만 꼭 필요한 13곳만 행운을 잡았다. “충북 최초의 공립 대안학교인데 피아노가 없어요. 멋진 피아노로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꾸길 기대합니다.”(진천 은여울중). “매주 한 차례 바우처 카드로 피아노 수업을 합니다. 낡고 오래된 전자피아노, 교회 도서관 피아노밖에 없어요.”(충주 성산지역아동센터). “전교생 43명의 작은 학교입니다. 학교 주변엔 학원·문구점도 없어요. 피아노 수강을 바라는 학생이 30명입니다.”(보은 내북초)….

조인식씨가 기증해 송선영 작가가 ‘연필’이라는 제목으로 새 생명을 불어넣은 피아노가 11일 청주 사천동의 문화파출소 청원에 보내지는 등 낡은 새 피아노 13대는 이달 말까지 학교·기관 등 13곳에 자리 잡는다.

충북문화재단 전영주씨는 “마음과 마음이 모이고, 기부가 기부를 낳고, 꿈이 꿈을 잉태하는 프로젝트다. 피아노에 깃든 사랑과 꿈이 다시 누군가의 꿈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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