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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대학로서 연극 축제…단양 만종리 대학로 극장

등록 2017-07-09 14:50수정 2017-07-09 21:25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온달과 평강’ 등 노천 무대서 공연
마을 주민 배우도 참여
귀농 3년 차 낮엔 콩·옥수수·밀 농사…팔아서 무대 준비, 안 팔리면 개런티로
밤, 비 오는 날 등에 연습…매주 금토 극장 개장 200여 차례 공연
만종리 대학로 극장 단원들이 9일 오후 여름 축제 때 무대에 올릴 <온달과 평강>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만종리 대학로 극장 단원들이 9일 오후 여름 축제 때 무대에 올릴 <온달과 평강>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7말 8초’(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여름 휴가 계획이 마뜩잖다면 이곳을 찾는 것도 좋겠다. 모기조차 살기 쉽지 않은 서늘한 곳으로 공연은 덤으로 얹어 주는 곳이 있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다. 산과 들, 온통 초록 천지인 고즈넉한 산골 마을이다. 청정 그 자체인 마을엔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밤마다 무대가 선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이 마련한 ‘단양 여름 만종리 축제’다. 축제는 시군 특화프로그램의 하나로 충북도와 단양군도 지원한다.

맞다. 30년 가까이 서울 혜화동 대학로 연극판을 주름잡던 그 대학로 극장이 2015년 4월 이곳으로 옮겨와 ‘만종리’ 3자를 더 붙였을 뿐 배우·연출 모두 예전 그대로다. 이들은 다달이 1000만~2000만원에 이르는 극장 임대료 등 재정이 쉽지 않자 서울 생활을 접고, 귀촌을 결심했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의 막내 배우 윤지석씨가 능숙한 농기계 조작 솜씨를 자랑하고 있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만종리 대학로 극장의 막내 배우 윤지석씨가 능숙한 농기계 조작 솜씨를 자랑하고 있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이곳에선 지금 허성수(50) 총감독 등 8명이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들은 낮엔 임대한 밭에 나가 옥수수·감자·밀 등을 키우고, 밤에 틈틈이 공연을 준비한다. 마을 주민들이 보면 서툴기 그지없지만 허 감독이 농사 대장이다. 이제 경운기 등 농기계도 제법 다룬다.

“3000평 정도를 빌려서 농사를 짓는데 쉽지 않지만 재미있어요. 농사지은 콩·밀·양파·감자 등 팔아 소품 사고 연극 준비할 수 있으니 행복하죠. 안 팔리면 개런티로 나누면 되고요.”

만종리 대학로 극장의 장독대. 극장 단원들은 손수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쑨 뒤 된장을 담갔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만종리 대학로 극장의 장독대. 극장 단원들은 손수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쑨 뒤 된장을 담갔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지금 그들의 희망 농장엔 수확을 앞둔 옥수수가 자라고 있으며, 지난해 수확한 콩으로 쑨 메주를 담은 된장독이 극장 옆에 줄지어 서 있다. 서울 대학로 극장 시절부터 이어진 단골 관객, 알음알음 찾아온 도회지 관객 등에게 판매하는 것들이다. 이번 축제 때는 마을 주민과 함께 농산물 장터도 운영할 참이다.

몸은 농사를 짓지만 모든 감각은 연극으로 향해 있다.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삽·호미·괭이 등과 씨름하느라 굳은 살이 배긴 손엔 밤이 되면 어김없이 대본이 쥐어진다. 이들은 귀촌 이후 매주 금·토요일마다 ‘금토 극장’을 열고 있으며, 지금까지 200여 차례 공연했다. 맑은 날이면 노천극장에서, 비 내리고 추우면 비닐집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보통 30~50명, 많아야 70~80명 정도지만 무대가 관객을 외면한 적은 없다.

“여기 내려올 때 고민이 많았어요. 배우·연출가가 관객·무대를 두고 떠나는 게 쉽지 않았죠. 하지만 귀농 3개월 만에 가진 재개관 공연 때 300여명의 관객이 찾은 것을 보고 희망을 가졌죠. 노천이긴 하지만 무대가 있고, 적지만 관객이 있으니 요즘 안정적으로 극장 꾸려 갑니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 단원들이 9일 오후 여름 축제 때 무대에 올릴 <온달과 평강> 연습에 한창이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만종리 대학로 극장 단원들이 9일 오후 여름 축제 때 무대에 올릴 <온달과 평강> 연습에 한창이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요즘은 축제 준비로 더 바쁘다. 축제 땐 <온달과 평강>(부제 남과 여)을 무대에 올릴 참이다. 단양 영춘면의 삼국시대 축조 성 ‘온달산성’을 중심으로 전해져 오는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2015년에도 이 소재로 한 작품 <아단성>(바람의 길)을 무대에 올렸지만 이번엔 이미지, 음향, 동작 등을 절제한 실험극 형태로 각색해 관객을 찾는다. 이 작품은 일본 도쿄의 한 극장이 초청해 내년 4월 21~22일 일본에서도 공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심철종의 명상 체험 모노드라마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족극 <다녀왔습니다>, 경기 잡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홍단뎐> 등도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갈라쇼, 마임,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여름밤을 수놓을 참이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 단원들이 9일 오후 여름 축제 때 무대에 올릴 <온달과 평강> 연습 도중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만종리 대학로 극장 단원들이 9일 오후 여름 축제 때 무대에 올릴 <온달과 평강> 연습 도중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이들은 공연도, 축제도 주민과 함께 한다. 이들이 무대에 올리는 작품에는 늘 주민 배우가 출연한다. 이번에도 이주영·황재련씨 등 주민 배우가 함께 한다. 축제는 허순호 이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산속이라 녹음, 풀벌레 소리 등 시골의 자연스러운 정경이 무대가 되니 너무 좋죠. 눈·비 등 날씨 때문에 무대를 옮겨 다니는 불편이 있지만 하고픈 연극을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에겐 희망이 있어요.” 웃음 띤 허 감독의 말이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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