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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종개야 돌아와”…서식지 되살리기 시민운동 떴다

등록 2017-07-06 17:23수정 2017-07-06 21:28

충북 환경단체들, 팔결교서 첫발
“사람들이 빼앗은 강 돌려줘야
환경개선 작은 일부터 실천을”
정부·지자체에도 대책마련 촉구

‘저수지 둑 높이기’로 서식지 파괴
미호천 일대에서는 자취 감췄고
상류 백곡천에서도 개체수 감소
13억 들인 대체서식지는 무용지물
미호강 포럼, 풀꿈환경재단, 오송 보건행정타운 청사 어린이집 어린이 등이 6일 청주 미호강 팔결교 근처에서 미호종개 서식 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인 뒤 ‘미호종개야 돌아와~’ 걸개를 펼치고 있다. 오윤주 기자
미호강 포럼, 풀꿈환경재단, 오송 보건행정타운 청사 어린이집 어린이 등이 6일 청주 미호강 팔결교 근처에서 미호종개 서식 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인 뒤 ‘미호종개야 돌아와~’ 걸개를 펼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언제라도 돌아와. 미호천의 종개야 보고 싶다. 종개야 돌아와 미호종개야.”

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외하동 팔결교 아래 미호강 둔치에선 어린이들의 애절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주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청사어린이집 아이들이다. 어린이들은 뙤약볕에 연신 땀을 훔치면서 직접 지은 <돌아와 미호종개야> 노래를 불렀다. 어린이들은 모래 자갈 가득한 맑은 미호강이 복원돼 미호종개가 다시 노닐기를 노래로 기원했다.

팔결교는 천연기념물(454호)이면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의 고향이다. 1984년 김익수(전북대)·손영목(서원대) 교수는 이곳에서 몸길이 6~8㎝, 뾰족한 주둥이, 몸 중앙에 원형·삼각형 반점,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 3줄 반점 열이 있는 암갈색 물고기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얼핏 미꾸라지나 참종개·점줄종개를 닮았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사는 물고기는 ‘미호종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미호종개의 속명(iksookimia)은 김 교수의 이름에서, 종소명(choii)은 두 교수의 은사인 고 최기철 박사의 성에서 땄다. 한국 토종 물고기로서 세계에서 유일한 종으로 인정받았다. 문화재청은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으며,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이후 충남 부여·청양 지천에서도 발견돼 2011년 이 일대 서식지 102만9463㎡도 천연기념물(533호)로 지정했다.

미호종개
미호종개
하지만 미호종개 서식지와 개체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미호종개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미호강 일대에선 아예 자취를 감췄다. 2007년부터 날마다 미호강 상류인 진천군 백곡천의 생태를 살피고 있는 ‘백곡천 지킴이’(금강 지킴이) 임한빈(55)씨가 증인이다. “최근 백곡천에서 미호종개를 채집했는데 10여분에 6~7마리를 겨우 발견했다. 10년 전엔 적어도 15~20마리 이상 나왔는데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완전히 사라질까 걱정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은 환경 훼손과 함께 4대강 사업 저수지(백곡천) 둑 높이기 사업을 미호종개 개체수·서식지 감소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이사는 “미호종개는 무릎 아래 물 깊이(20~40㎝), 느린 물살(유속 10~18㎝/초), 고운 모래(입자 0.15~0.6㎜) 지대에서 사는데,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뒤 유속이 정체되면서 바닥에 모래보다 펄이 형성돼 미호종개가 살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둑 높이기 사업을 하면서 13억원을 들여 조성한 미호종개 대체서식지는 무용지물이 됐다. 임한빈씨는 “백곡천 상류에 조성한 대체서식지에는 지금 미호종개가 한 마리도 없다. 엄청난 돈으로 쓸데없는 짓을 했다. 건설업자 배만 불렸다”고 꼬집었다.

미호강이 훼손되면서 미호종개가 설 자리를 잃어가자 풀꿈환경재단,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녹색청주협의회, 미호강 주민 하천관리단 등 충북지역 환경단체들은 지난해부터 ‘미호강 상생협력 2020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미호강 주변 주민, 기업, 지자체, 환경단체 등이 힘을 모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호강을 만드는 게 뼈대다. 지난달 미호강을 인간과 자연의 낙원으로 꾸미자는 뜻을 담아 ‘미호 토피아 선언’을 하기도 했다. 강태재 미호강 포럼 공동대표는 “미호강을 맑게 해 미호강의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동식물)인 미호종개가 돌아오게 해야 한다. 미호종개가 잘 사는 곳이 사람이 잘 사는 곳이다”고 말했다.

강태재 미호강 포럼 공동대표가 6일 청주 미호강 팔결교 근처에서 미호종개 서식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강태재 미호강 포럼 공동대표가 6일 청주 미호강 팔결교 근처에서 미호종개 서식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풀꿈환경재단,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녹색청주협의회, 미호강 포럼, 미호강 상생협력추진단 등은 6일 팔결교에서 미호종개 서식환경 개선을 위한 시민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은 “20년 사이 미호강 유역은 난개발, 인위적 정비로 물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미호종개 서식지가 사라졌다. 이제 미호종개 서식지 복원을 위해 시민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충북도·청주시에 미호종개 발견지인 팔결교 일대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또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부에 미호종개 서식환경 복원 종합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자치단체·시민단체·시민 등에게는 주민 협력형 미호강 유역 관리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안태성 시인(금강환경지킴이)은 이날 공개한 자작시 <미호종개>를 통해 “익수키미아 초이(미호종개 속명)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너는 나처럼 되지 마라”고 당부했고, 미호강 상생협력 추진 기획단 등은 ‘미호종개야 돌아와~’라고 쓴 대형 걸개를 팔결교 바닥에 펼쳤다. 전숙자 미호강 하천 돌봄이 단장은 미호종개가 돌아오는 환경 개선을 위해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물을 아끼고 더럽히지 말자 △미호종개를 사랑하고 알리자 등의 시민운동을 제안했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이사는 “지금 미호종개는 미호강 상류 진천군 백곡천 일부에 극소수만 남았다. 미호강을 살리지 않으면 미호종개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 미호종개가 돌아오는 미호강을 만들어야 인간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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