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다슬기’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슬기를 잡으려다 숨지는 사람이 잇따른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20분께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금강에서 ㅇ(76·여)씨가 다슬기를 잡다가 물에 빠져 숨졌다. ㅇ씨는 피서차 강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변을 당했다. 지난달에만 옥천 3건, 청주·괴산 각 1건 등 5건이 발생했고, 올 들어 7명이 숨졌다.
충북도 소방본부 분석을 보면, 충북에서 지난해 발생한 수난 사고 72건 가운데 11건(15.3%)이 다슬기 관련 사고였다. ‘사람잡는 다슬기’ 얘기가 나온다.
다슬기 사고가 빈번한 것은 얕은 물을 깔보기 때문이다. 사고자 대부분은 60~70대다. 이들 대부분 “발 담그고 노느니 다슬기나 잡지. 아들·손자에게 먹이려고….”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슬기 잡이에 나선다. 대개 무릎 아래 얕은 물에서 출발한다.
김태호 옥천군 안전총괄과 주무관은 “얕은 물이지만 이끼 등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져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노인들이 주로 사고를 당한다. 앝은 물에서 시작해 다슬기에 정신이 팔려 깊은 물로 빠져들기도 한다. 타지에서 온 이들이 골재채취 등으로 바뀐 하천 지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비교적 맑은 물에서 사는 다슬기는 철분 함량이 높아 간·빈혈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에선 ‘올갱이’로 부르고 있으며, 영동·괴산 등에선 ‘올갱이국’이 지역 특산품이다. 값도 만만치 않아 ㎏당 1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이 때문에 그물·배 등을 이용한 불법 채취도 많다. 영동군에선 지난달 5일 새벽 3시께 송호리 금강에서 그물로 다슬기를 채취하던 ㄱ씨가 영동군 단속에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다. 영동·옥천군은 날마다 경찰 등과 합동 단속에 나서고 있다.
김재현 영동군 농정과 팀장은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데다 값까지 높아져 다슬기를 잡으려는 이들이 늘었다. 손으로만 잡으면 괜찮지만 도구를 이용하면 무허가 패류채취어업 행위로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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