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1일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71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에서 심판으로 활약한 이진아씨. 이진아씨 제공
씨름판에도 여성 심판 시대가 열렸다.
금녀의 벽으로 불리던 씨름판 ‘유리 천장’을 깬 이는 충북 증평체육회에서 일하는 이진아(34)씨다. 이씨는 지난 6월21일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71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에서 첫 여성 심판으로 데뷔했다. 씨름 경기장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주심은 아니었지만 비디오 판독 등을 맡는 부심으로 활약했다. “선수로 모래판에 설 때만큼 긴장됐습니다. 앞으로 나아지겠지요. 선수 때는 나만 잘하면 되지만 심판이 돼 보니 경기를 더 꼼꼼하게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이씨는 씨름 심판이 되려고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2015년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클린 심판아카데미를 세 차례 수료했다. 또 대한씨름협회가 여는 지도자 심판교육도 이수했다. “이달(6월) 초 이승삼 씨름심판위원장께서 심판으로 참여할 수 있겠냐는 전화를 해왔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하지만 실제 경기장에 서 보니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는 국가대표 유도 선수였다. 충북 청주 중앙여중 2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이씨는 용인대, 강원 동해시청, 대전 서구청 등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2006년 시리아 다마스쿠스 국제유도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2009년 12월 은퇴했다. 남편 백철성(32·경찰)씨도 2007년 범태평양대회 100㎏ 이상급에서 우승을 하는 등 유도 부부다.
증평체육회에 생활체육지도자로 취업한 그는 연광영 증평체육회 사무처장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했다. 씨름 시작 7개월 만인 2010년 국민생활체육 대천하장사 씨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생활체육계를 제패했다. 이후 2014년 여자 씨름 실업선수로 등록해 이듬해 설날장사대회에서 무궁화급(75㎏ 이하) 우승을 했다. “씨름은 유도보다 중심이 낮지만 발기술, 중심이동 등은 유도와 비슷해 빨리 적응했죠.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운동이죠.”
이씨는 심판계에서도 최고봉에 서는 게 꿈이다.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공부해 여성 씨름대회뿐 아니라 설날 천하장사 등 남성 대회에도 서고 싶어요. 여성이 섬세하니까 장점도 있을 겁니다. 제가 심판을 보면 씨름 저변이 확대돼 많은 이들이 씨름판을 찾지 않을까요?”
청주/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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