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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만든다, 이야기를 판다

등록 2017-06-27 16:29수정 2017-06-27 19:56

청주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 국숫집
중증 장애인이 만든 국수에 이야기 담아 팔아
손국수 명인 권오길씨 손수 비법 전수
박연수(오른쪽 흰색 앞치마)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이 27일 ‘담쟁이의 국수이야기’ 일일 점장으로 등장해 손님들이 주문한 국수를 나르고 있다. 오윤주 기자
박연수(오른쪽 흰색 앞치마)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이 27일 ‘담쟁이의 국수이야기’ 일일 점장으로 등장해 손님들이 주문한 국수를 나르고 있다. 오윤주 기자
“저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충북 청주가 낳은 시인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 <담쟁이>다. 그 청주에 ‘담쟁이 국수’가 있다. 담쟁이로 만든 국수가 아니라 시 <담쟁이>처럼 벽을 넘고 싶은 장애인들의 소중한 꿈이 담긴 국수다. 국숫집의 정확한 이름은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다. 지난해 8월 충북시민재단의 사회적경제기금 지원을 받아 문 연 국숫 집은 장애인 김아무개(59)·유아무개(60)씨 등이 운영한다.

장애인의 꿈이 자라는 국숫집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 오윤주 기자
장애인의 꿈이 자라는 국숫집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 오윤주 기자
27일 점심 청주시 새터로 국숫집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는 모처럼 붐볐다. 박연수(53)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이 일일 점장으로 앞치마를 둘렀다. 자타공인 마당발 박 사무처장이 초대한 이들이 속속 국숫집으로 몰려 들었다. 박 사무처장은 송재봉 충북엔지오센터장, 연방희 세무사, 지선호 충북교육청 장학관 등에 이어 열한 번째 일일 점장을 맡았다. 박 사무처장은 “도우러 온 게 아니라 정말 맛있는 국수를 알리려고 점장을 맡았다. 한 번 맛보면 영원히 못잊을 맛”이라고 자랑했다. 김윤경(46) 담쟁이 장애인재활작업장 대표는 “평소 15~20명 정도 찾는데 오늘 100~110명 정도가 왔다. 대박이다. 늘 오늘같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가 만들어 내는 국수에는 말대로 이야기가 들어 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손국수 명인 권오길씨가 2015년 1월 3박4일 동안 담쟁이 작업장에 머물며 손수 비법을 전수했다. 김윤경 대표는 “권 선생이 반죽 배합률, 건조법 등 비법을 전수했다. 급하게 건조하려다 망치는 등 숱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국수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김윤경(왼쪽 녹색 앞치마) 담쟁이 국수이야기 대표가 27일 점심 일일점장 박연수(오른쪽 흰색 앞치마)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에게 국수 배식을 지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김윤경(왼쪽 녹색 앞치마) 담쟁이 국수이야기 대표가 27일 점심 일일점장 박연수(오른쪽 흰색 앞치마)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에게 국수 배식을 지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에서 파는 면은 청주시 미원면 ‘담쟁이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나온다. 장애인 30명이 마른 국수를 만드는 곳이다. 2012년 8월 중증 장애인 주간 보호 센터로 문 열었다가 2014년 1월 작업장이 됐다. 국수는 온도·습도 등 워낙 날씨에 민감한 터라 작업장에선 일주일에 두 차례 작업한다. 한 번에 밀가루(20㎏) 12포대를 반죽하면 400g짜리 국수 400~500개를 생산한다. 하지만 늘 판로가 걱정이다. 국숫집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와 몇몇 시설·단체, 시민 등에게 국수를 공급한다. 김 대표는 “중증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뜻도 있지만 엄연한 노동자들인데 충분한 임금을 못주는 게 늘 안타깝다. 국수가 많이 팔려 장애인들이 직업인으로서 담쟁이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랑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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