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희 교사(맨 왼쪽)와 충주 충원고 동아리 ‘너나들이’ 학생들이 손수 제작한 ‘대동여지도’ 원본을 선보이고 있다.충원고 제공
고교생들이 대동여지도(보물 850호)를 재현했다. 대동여지도는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평생 한반도 전역을 답사해 철종 12년(1861년)에 제작·간행했다.
충북 충주 충원고 학생 동아리 ‘너나들이’는 최근 이 지도의 원본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 학교 3학년 고준혁(18)군 등 11명은 지난해 ‘너나들이’를 꾸리고 대동여지도 제작에 나섰다. ‘너나들이’는 ‘너’, ‘나’로 부를 수 있는 가까운 사이, 혹은 편하게 나들이하듯 우리 땅을 알아가자는 두 뜻을 담고 있다. ‘너나들이’는 유성희(33) 지리교사의 도움으로 경제·사회·건축·역사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를 놓고 교실 밖 수업을 하고 있다.
“대동여지도에도 역사 왜곡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실제 지도를 만들기로 했죠. 영화 등에서 잘못 묘사된 부분을 제대로 알고, 또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죠.”
‘너나들이’는 먼저 대동여지도 공부에 나섰다. 지도에 표시된 기호, 축척, 점·선으로 표시된 실제 거리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고준혁 학생은 “대동여지도 지도를 파면 팔수록 엄청난 과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동여지도는 여느 조선 시대 지도가 아니라 첨단 지도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도 제작을 위해 강원 영월의 호야지리박물관, 서울 북촌, 충주 목계나루 등을 직접 답사했다. 특히 충주 내창~목계까지는 차량 지피에스(GPS)를 이용해 거리를 실측했다. 충주 목계나루, 강원 영월 등지의 하천에 직접 나가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기호의 정확도를 살피기도 했다. 대동여지도에는 산줄기·물줄기·해안선·실거리 등이 표기돼 있다. 유성희 교사는 “섬세한 기호 표기, 현대에 실측해도 2~3㎞ 정도밖에 오차가 나지 않는 정교한 축척, 대중 전파를 위해 목판으로 제작한 애민 정신 등 위대한 문화유산 앞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답사, 실측을 마친 ‘너나들이’는 박물관 등에 전시된 대부분의 대동여지도 영인본이 원본보다 80% 작게 제작된 것을 알고 원본 크기의 대동여지도 제작에 나섰다. 고준혁 학생은 “그동안 교과서, 수업 등을 통해 배운 대동여지도가 실제 역사, 원본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충격이었다. 바른 역사를 제대로 알리려는 뜻에서 원본대로 제작 나섰다”고 말했다. 원본 크기대로 지도를 그려내는 데는 A(에이)-3용지 150여장이 들었다. 원본 지도 크기로 복사한 자료를 자르고 붙이는 데만 한 달 이상이 걸렸다.
대동여지도는 동서남북을 정교한 축척으로 나눈 뒤 22쪽 분첩 형태로 제작됐으며, 모두 펴서 연결하면 가로 4m, 세로 7m 크기의 대형 지도다. ‘너나들이’가 제작한 지도는 학교가 보관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지리 등의 수업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쓰임새를 찾고 있다. 유 교사는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외롭지만 위대한 여정을 좇는 동안 참 행복했다.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답사하면서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고 바른 역사를 알리는 일 또한 뜻있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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