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이 골칫거리 멧돼지 출몰을 막으려고 멧돼지가 다니는 주요 길목에 당근·고구마 등 먹잇감을 뿌려 놓고 있다.옥천군 제공
‘멧돼지 당근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멧돼지 당근책’은 농작물을 훼손하고, 주민마저 위협하는 멧돼지의 습격을 막으려고 충북 옥천군이 마련한 비책이다. 멧돼지 출몰이 잦은 길목에 멧돼지가 좋아하는 당근, 고구마 등 먹잇감을 뿌려 멧돼지의 농가 습격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역발상이다. 그동안 대책으로 펴온 멧돼지 사냥이 아니라 ‘미운 놈 떡하나 더 주기’에 나선 것이다.
옥천군은 지난달 11일 청성면 화성리, 청산면 교평리 등에 당근·고구마 등 30여㎏을 뿌렸다. 이곳은 고구마·복숭아 농원이 조성된 곳으로 해마다 멧돼지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구마·당근은 멧돼지가 좋아하는 먹이다. 주변엔 막걸리도 뿌렸다. 막걸리는 냄새만 나도 몰려드는 멧돼지의 기호품으로, 당근·고구마 등으로 뿌려 놓은 먹잇감으로 멧돼지를 이끄는 유인책이다. 군은 ‘멧돼지 당근책’을 위해 예산 300만원을 편성했으며, 가을 수확기까지 틈틈이 당근·고구마 등을 길목에 뿌려 놓을 참이다.
한 달 남짓 지난 지금 ‘멧돼지 당근책’은 일단 합격점이다. 곳곳에 뿌려 놓은 먹이를 멧돼지가 먹은 흔적이 발견됐으며, 멧돼지 관련 피해신고는 아직 없다.
옥천군 곳곳에선 지난해 멧돼지 등 유해조수 관련 피해신고 400여건이 접수됐다. 옥천군은 2890만원을 들여 104건 9만4974㎡에 이르는 농작물 피해를 보상했다. 군은 그동안 ‘당근’보다 ‘채찍’에만 치중해, 유해 야생물 구제단을 통해 멧돼지 등 유해동물 770마리를 강제 포획했다.
곽경훈 옥천군 환경기획팀장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진 성공적이다. 멧돼지 출몰의 원인은 산중에 먹잇감이 없기 때문이다. 배만 부르면 농작물·농가를 습격하지 않을 것이다. 두 곳의 시범 시행이 성공하면 ‘당근책’ 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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