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원들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서 2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을 촉구하고 있다.강창일 더민주 의원 누리집 내려받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진실규명·추모·보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 제·개정에 나선 데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때 ‘못다 한 과거사 진실규명 완수’를 공약한 터라 ‘2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권석창(자유한국당) 의원 등 10명은 ‘단양군 곡계굴 사건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 진상규명과 추모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6일 밝혔다. 곡계굴 사건은 1951년 1월20일께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2리 느티마을 곡계굴을 미군이 폭격한 사건으로, 충북지역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003년 자체 조사에서 주민과 피란민 400여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권 의원실 이명재 비서관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 희생자·유족 등의 명예 회복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려고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전쟁 전후의 다른 민간인 희생 사건도 대상”이라고 밝혔다. 조병규(70) 단양 곡계굴 사건 유족회장은 “할아버지·삼촌 등 가족 여럿을 잃었다. 정부가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유족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민간인 희생 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 회복 위원회’ 설치 근거를 담았다. 이 위원회는 희생자 유해 발굴·명예 회복, 추모사업 등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2기 성격이 짙다. 진실화해위는 2006년 4월24일부터 2010년 6월30일까지 4년 2개월 동안 활동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가 지난 3월 서울 광화문에서 과거사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진실화해위 부활을 요구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 법률안 발의는 이미 여럿이다.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60명은 지난 1월31일 국무총리 소속의 피해자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과거사법을 보완한 법안을 제출했다. 진선미(더민주) 의원 등 17명은 지난 2월3일 진실규명 조사 방법에 청문회·고발·수사 의뢰 등을 추가하고, 배보상 특별법 제정, 과거사 재단 설립 등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달 8일 권은희(국민의당) 등 14명도 진실규명 조사 방법으로 통신자료·금융정보까지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피해자 정신적 후유 치료 등을 요구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강석훈(자유한국당) 의원 등 18명도 지난 2월24일 국무총리 소속으로 민간인 희생 사건 진상규명 및 보상심의위원회 설치, 행정자치부에 희생자 유해발굴사업단 설치, 희생자 봉안시설·추모공원 조성 등을 담은 법률안을 발의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가 지난 3월 서울 광화문에서 과거사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2기 진실화해위 출범’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는 “과거 진실화해위는 20만명으로 추정되는 보도연맹사건의 희생자 가운데 5000명 정도만 찾아냈다. 97.5%는 여전히 묻혀있다. 국회는 관련 법을 제대로 정비하고,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으로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유족 등에 대한 배·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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