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어가 행차 시연. 세종대왕은 안질 치료 등을 위해 즉위 26년인 1444년 봄, 가을 두 차례 초정을 찾았다. 청주시청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화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세종대왕이 조세개혁((공법) 시행을 앞두고 국민 17만여명에게 뜻을 물었던 사례를 소개하고, 그의 소통 정치를 닮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흠모하는 세종대왕이 초정약수와 함께 부활했다. 세종은 즉위 26년인 1444년 봄, 가을 두 차례 청주목 초수리(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약수로)를 찾았다. “물맛이 호초(후추) 같은 것이 있어 초수(초정)라 하는데,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세종실록>)는 말에 따라 이곳에 행궁(임시 궁궐)을 짓고 120여일 동안 머물렀다. 세종은 당시 안질에 시달렸다.
세종은 초정에서 치료만 한 게 아니었다. 세종의 초정 행적을 기록한 <세종대왕 123일의 비밀>(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세종대왕이 봄엔 훈민정음, 가을엔 전분6등법·연분9등법을 뼈대로 한 공법 연구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세종이 초정에서 훈민정음 연구를 했다는 직접 기록은 없다. 하지만 <세종실록>(26년 2월 20일)이 인용한 최만리의 상소를 보면, “언문 같은 것은 국가의 급하고 부득이하게 기한에 마쳐야 할 일도 아니온데, 어찌 이것만은 행재에서 급급하게 하시어~”라는 대목이 나온다. 변광섭 청주문화재단 콘텐츠 진흥팀장은 “‘이것’은 훈민정음이며, 행재는 초정행궁이다. 세종은 초정에서 훈민정음을 연구했다”고 풀이했다.
문 대통령이 감탄한 세종의 소통 정치 흔적도 초정에 남아 있다. 공법안을 마련한 세종은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세종실록>(12년 8월 10일)을 보면, “호조에서 공법 가부에 대해 아뢰기를 가(찬성)가 9만8657명, 불가(반대)가 7만4149명”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세종은 두 번째 초정을 찾은 1444년(즉위 26년) 윤 7월 옆 마을 괴산 청안현에서 공법 세율 적용을 실험했다. “대제학 정인지 등을 청안현에 보내 벼 곡식을 살펴보게 하니 장차 공법을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종실록> 26년 8월 1일). 세종은 그해 8월24일 전분6등법, 풍흉 연분9등법을 뼈대로 한 공법을 공포했다. “도순찰사 정인지에서 유서를 내리기를, 지금 청안의 전품을 정했는데 이것은 여러 고을의 준칙이다. 행재소에게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삼 대신이 친히 정해 살폈다.”(<세종실록> 26년 8월24일) 등의 기록도 있다.
청주시는 세종을 통해 초정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초정은 미국 섀스타, 영국 나폴리나스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광천수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쇠퇴하고 있다. 한 때 숙박·요양시설이 줄을 이었지만 지금은 인구 250여명의 작은 시골 마을로 전락했다.
세종대왕이 초정에 머물면서 주변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푸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청주시청 제공
시는 오는 26~28일 초정문화공원 일원에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를 열 참이다. 마당극 <세종대왕 초정에 납시다>, 세종대왕 어가 행차, 한글체험 놀이 초정학당, 전국 어린이 우리말 경연 등 세종 관련 체험·행사가 이어진다. 시는 2018년까지 초정문화공원 주변 3만8000㎡에 1950㎡ 규모의 세종대왕 초정 행궁도 재현할 참이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세종대왕이 안질 치료뿐 아니라 훈민정음 마무리 작업을 위해 초정에 머물렀다. 세종과 초정을 테마로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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