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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세종대왕과 부활하는 초정

등록 2017-05-24 12:34수정 2017-05-24 22:03

문재인 대통령 소통의 본보기 세종과 초정의 인연
세종 120여일 머물며 훈민정음 마무리 연구
초정 이웃 청안서 조세개혁(공법) 시범 시행하기도
세종대왕 어가 행차 시연. 세종대왕은 안질 치료 등을 위해 즉위 26년인 1444년 봄, 가을 두 차례 초정을 찾았다. 청주시청 제공
세종대왕 어가 행차 시연. 세종대왕은 안질 치료 등을 위해 즉위 26년인 1444년 봄, 가을 두 차례 초정을 찾았다. 청주시청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화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세종대왕이 조세개혁((공법) 시행을 앞두고 국민 17만여명에게 뜻을 물었던 사례를 소개하고, 그의 소통 정치를 닮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흠모하는 세종대왕이 초정약수와 함께 부활했다. 세종은 즉위 26년인 1444년 봄, 가을 두 차례 청주목 초수리(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약수로)를 찾았다. “물맛이 호초(후추) 같은 것이 있어 초수(초정)라 하는데,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세종실록>)는 말에 따라 이곳에 행궁(임시 궁궐)을 짓고 120여일 동안 머물렀다. 세종은 당시 안질에 시달렸다.

세종은 초정에서 치료만 한 게 아니었다. 세종의 초정 행적을 기록한 <세종대왕 123일의 비밀>(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세종대왕이 봄엔 훈민정음, 가을엔 전분6등법·연분9등법을 뼈대로 한 공법 연구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세종이 초정에서 훈민정음 연구를 했다는 직접 기록은 없다. 하지만 <세종실록>(26년 2월 20일)이 인용한 최만리의 상소를 보면, “언문 같은 것은 국가의 급하고 부득이하게 기한에 마쳐야 할 일도 아니온데, 어찌 이것만은 행재에서 급급하게 하시어~”라는 대목이 나온다. 변광섭 청주문화재단 콘텐츠 진흥팀장은 “‘이것’은 훈민정음이며, 행재는 초정행궁이다. 세종은 초정에서 훈민정음을 연구했다”고 풀이했다.

문 대통령이 감탄한 세종의 소통 정치 흔적도 초정에 남아 있다. 공법안을 마련한 세종은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세종실록>(12년 8월 10일)을 보면, “호조에서 공법 가부에 대해 아뢰기를 가(찬성)가 9만8657명, 불가(반대)가 7만4149명”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세종은 두 번째 초정을 찾은 1444년(즉위 26년) 윤 7월 옆 마을 괴산 청안현에서 공법 세율 적용을 실험했다. “대제학 정인지 등을 청안현에 보내 벼 곡식을 살펴보게 하니 장차 공법을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종실록> 26년 8월 1일). 세종은 그해 8월24일 전분6등법, 풍흉 연분9등법을 뼈대로 한 공법을 공포했다. “도순찰사 정인지에서 유서를 내리기를, 지금 청안의 전품을 정했는데 이것은 여러 고을의 준칙이다. 행재소에게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삼 대신이 친히 정해 살폈다.”(<세종실록> 26년 8월24일) 등의 기록도 있다.

청주시는 세종을 통해 초정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초정은 미국 섀스타, 영국 나폴리나스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광천수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쇠퇴하고 있다. 한 때 숙박·요양시설이 줄을 이었지만 지금은 인구 250여명의 작은 시골 마을로 전락했다.

세종대왕이 초정에 머물면서 주변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푸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청주시청 제공
세종대왕이 초정에 머물면서 주변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푸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청주시청 제공
시는 오는 26~28일 초정문화공원 일원에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를 열 참이다. 마당극 <세종대왕 초정에 납시다>, 세종대왕 어가 행차, 한글체험 놀이 초정학당, 전국 어린이 우리말 경연 등 세종 관련 체험·행사가 이어진다. 시는 2018년까지 초정문화공원 주변 3만8000㎡에 1950㎡ 규모의 세종대왕 초정 행궁도 재현할 참이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세종대왕이 안질 치료뿐 아니라 훈민정음 마무리 작업을 위해 초정에 머물렀다. 세종과 초정을 테마로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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