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가운데)씨가 2015년 7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사건 당시 아이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초원·이지혜 두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오전 내내 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예쁜 우리 딸 대신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받았네요.”
스승의 날인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순직을 인정받게 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고 김초원(당시 26살) 교사의 아버지 성욱(59)씨는 제대로 말을 잊지 못했다. 고향인 경남 거창에 머무르고 있는 김씨는 이날 <한겨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온 국민의 도움과 응원으로 3년 동안 싸워왔는데, 이제야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울먹였다. 김씨는 그동안 딸의 의로운 죽음을 인정해달라며 호소해오다 성대가 녹아내려 지난 3월 수술로 인공 성대를 달았다.
김씨는 “제자들을 구조하려고 배 안을 뛰어다니다가 세상을 떠난 아이인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순직 심사조차 받지 못해 억울하고 안타까웠다. 초원이가 살아 있었다면 오늘 제자들한테 카네이션을 받고 기뻐했을 것”이라며 또다시 흐느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배에 타고 있던 교원은 고 강민규(당시 52살) 전 교감을 비롯해 모두 12명(미수습 2명)이었다. 이 가운데 정규교사였던 7명의 희생교사는 모두 순직 인정을 받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책임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 전 교감과 김초원·이지혜(당시 31살) 교사 등 3명은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 등 기간제 교사 유족들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이들에 대한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기간제라는 이유로 3년째 순직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이에 김씨 등은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 청구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다음달 1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딸의 순직 인정을 위해 여야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면담은 물론 오체투지(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것)과 서명운동 등을 해왔다.
기간제 교사로 단원고에 근무하다 사고를 당한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각각 단원고 2학년 3반과 7반 담임을 맡고 있었다. 자신의 교과목(화학과 국어) 수업은 물론 교과 외 행정업무도 처리했다. 김 교사는 방과후학교 업무를 정규교사와 분담하고 있었고, 이지혜 교사는 생활기록부 전산화 업무를 담당했다. 근무시간과 처우, 업무 분담 등 학교 내에서 정규직이 아니란 이유로 업무를 덜 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경기도 안산초와 별망중, 고잔고를 졸업하고 2007년 공주대 사범대 화학교육과에 입학한 김 교사는 대학 시절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2013년 경기 시흥중을 거쳐 2014년 단원고에 부임한 그는 화학 과목을 가르치는 동시에 2학년 3반 담임을 맡았다. 참사 전날 학생들과 함께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는 수학여행은 그에게 첫 수학여행이었다. 김 교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5층 숙소에서 탈출하지 않고 학생들이 머무르던 4층으로 내려가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탈출시키다 희생됐다. 2014년 4월16일은 김 교사의 생일이었다. 김 교사는 참사 이틀 뒤인 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2학년 7반 담임 고 이지혜(당시 31살) 교사는 지난 2009년 3월 단원고에 부임해 6년째 재직 중이었다. 학교 일로 바쁜 데도 집안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효녀였다. 참사 당일 세월호 선체가 기울기 시작하자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혔다. 학생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정작 본인은 구명조끼를 입지 못하고 2014년 5월3일 선체 4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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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15일 스승의날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학생 유가족들이 카네이션을 달아주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