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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별’들이 돌아온다…가족들 “9명 다 찾고 울자”

등록 2017-05-14 20:57수정 2017-05-14 21:50

4층 선미 객실 사람뼈 발견 이어
중앙복도 16점·3층 객실 3점 수습

미수습자 가족들 부둥켜 안고
“드디어 돌아오기 시작” 눈물

문 대통령, 세월호 기사에 댓글
“모두 함께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월호 선체 수색과정에서 미수습자인 단원고 조은화 양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지난 13일 발견됐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교장실에 있는 조은화 양 책상 모습.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 수색과정에서 미수습자인 단원고 조은화 양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지난 13일 발견됐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교장실에 있는 조은화 양 책상 모습. 연합뉴스
14일 오후 2시 전남 목포신항의 세월호 수색 현장. 선체 안에서 미수습자 한 명이 돌아오면서 수색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었다. 모로 길게 누워 있는 세월호의 좌현에서 작업자 40여명이 절단기로 진입로를 뚫고 장애물을 꺼내느라 분주했다. 그늘막이 쳐진 부두 안 작업대에서는 진흙을 거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4층 선미에선 철판을 자르는 불꽃이 튀고 굉음이 울려퍼졌다. 기온이 오른 탓인지 진흙이 썩는 시큼한 냄새가 났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안팎은 주말 내내 술렁거렸다. 미수습자 1명이 거의 온전한 형태로 수습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유해와는 다른 사람일 것으로 추정하는 뼈들도 발견됐다. 지난달 18일 시작된 선체 수색에 진전이 없자 초조해하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3일 저녁 머리 부위 유골을 수습했다는 소식을 듣자 한달음에 수색 현장으로 달려갔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진도의 체육관과 팽목항 등지에서 3년 넘게 기다렸던 가족들이지만 인양 뒤 선체를 앞에 두고 가족을 못 찾는 괴로움은 더욱 피를 말렸다.

유해를 수습한 장소는 4층 선미 여학생 단체방에 연결된 8인용 소형 객실이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다른 부위의 사람 뼈가 다수 발견됐다. 지난 11일에는 단원고 조은화양의 학생증과 휴대전화 등이 들어 있는 가방이 나오기도 했다.

4층 중앙 복도의 여자 화장실에서도 13일 사람 뼈로 추정되는 작은 뼈 16점이 수습됐다. 수색조는 14일 3층 중앙 우현 객실에서 사람뼈로 추정되는 뼛조각 3점을 발견했다. 진흙을 거르는 과정에서도 4층 선미 여학생 단체방에서 나온 포대에서 2점, 유해가 나왔던 부근 소형 객실에서 나온 포대에서 1점의 사람뼈를 각각 수습했다. 사람뼈가 발견된 객실 4층 3곳과 3층 1곳 등 모두 4곳으로 늘었다.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청신호로 보여진다.

수습 현장에 나간 가족들은 기다렸던 유해 수습을 반기면서도, 다른 가족을 배려해 맘대로 울지도 못했다. 3년 내내 동병상련해왔던 조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와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상황을 들은 뒤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박씨는 이씨를 부둥켜안고 “울고 싶어도 울지도 못하는 엄마”라며 다독였다. 이씨는 “우리 9명을 다 찾고 그때 엉엉 소리내어 울자”며 울음을 삼켰다. “은화를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던 이씨는 감정 표현을 극도로 자제했다.

가족들은 “아이가 죽어서 돌아온 만큼 기뻐할 일도 아니고, 3년을 기다려 이제야 찾은 만큼 미안할 일도 아니다. 이런 지옥 같은 상황을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라며 한숨지었다. 이어 “선체 단면도에 수색을 마쳤다는 빗금이 늘어날 때마다 한숨을 지었는데 드디어 돌아오기 시작했네요.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을 찾아 집으로 가고 싶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가족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단 기사 댓글을 화제 삼아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댓글에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모두 쓴 뒤 “모두가 함께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미수습자 유해 발견 기사의 댓글로 붙은 ‘단원고 학생 어머니의 편지’를 보고 답글을 남겼다. 이 편지는 딸을 향해 “몇 푼 벌어 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라는 가슴 아픈 절규가 담겼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도 이날 이씨에게 문자를 보내 “은화가 별이 되어 엄마 아빠는 물론, 은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문자를 받은 이씨는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주고 온전한 수습을 위해 마음 써주셔서 감사하다. 3년 전에도 지금도 가족을 못 찾고 남겨질까 봐 초조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어 “한 명을 특정하면 남은 여덟 명이 못 찾았다고 마음 아파할까 봐 걱정이 된다. 배려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적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유해의 신원 확인에 신중한 태도다. 여러 개의 뼛조각이 나온 만큼 낱낱이 유전자(DNA) 감식을 한 뒤 신원을 공개하기로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정밀감식을 하는 데는 1개월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습본부 쪽은 “참사 당시 상황을 누구도 알 수 없다. 미수습자의 마지막 동선을 장담할 수 없고, 9명의 최후 위치 추정도 객실이 무너져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4·16 가족협의회 유가족들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색 현장을 지키고 있다. 장훈 세월호가족협의회 진상조사분과위원장은 “미수습자 9명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마지막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만큼 5층뿐 아니라 화물창도 철저하게 수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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