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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심각’ 위기경보에도…재난문자는 없었다

등록 2017-05-07 17:16수정 2017-05-08 09:56

강원 강릉·삼척 대형산불 피해
현장 수습에 문자발송 요청 못해
소방헬기는 산림청 것만 즉시 투입
나머지 116대는 운영 주체 달라
재난포털엔 11시간뒤 현황 표시
강원도 강릉과 삼척에서 산 150㏊와 집 35채를 태우는 큰 산불이 났는데도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허둥지둥이었다. 세월호 사건 뒤 재난 대처를 강화한다고 소방방재청과 해경을 통합하고 재난 대처 지침을 개선하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6일 낮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민안전처 장관 등에게 ‘긴급지시’를 내렸다고 총리실은 7일 밝혔다. 그러나 그 ‘긴급지시’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와 이메일로 전달된 것은 산불이 난 지 7시간이 훌쩍 지난 6일 밤 11시께였다. 긴급지시의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총리실은 “긴급지시는 황 대행이 산불을 보고받은 직후 내려졌으나, 보도자료의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산불이 일어난 어흘리 주민들은 이 산불과 관련해 어떤 긴급재난문자도 받지 못했다. 뿌연 산불 연기와 재, 냄새가 반경 수㎞에 걸쳐 퍼졌음에도 이 일대의 어떤 주민도 산불 관련 문자를 받지 못했다. 산불 근처 주민 311명이 대피하고 성산면과 강릉시의 이웃 지역 주민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운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만들어진 산불위기경보가 이날 처음으로 ‘심각’ 단계까지 올랐는데도 문자메시지는 침묵을 지켰다.

국민안전처의 이승우 대변인은 “긴급재난문자는 안전처가 보내지만, 문자를 보낼지는 주무 기관인 산림청과 강릉시가 판단한다. 안전처엔 아무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이준산 대변인은 “6일 밤 9시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올린 뒤 문자 발송을 검토했으나, 이미 강릉시가 주민들을 대피시킨 상황이어서 보내지 않았다. 앞으로 산불위기 단계가 높아지면 해당·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 보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산불이 난 지 5시간30분이 지나서야 문자 발송을 검토하다 그나마도 접은 것이다. 강릉시 대변인실도 “산불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산불 초기 대응의 핵심 장비인 소방 헬기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국내에는 모두 161대의 소방 헬기가 있지만, 산림청이 보유한 45대만 산불 때 즉시 투입할 수 있다. 이조차 전국에 흩어져 있어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인 30분을 맞출 수 있는 헬기는 손꼽을 정도다. 나머지 116대는 지방정부(64대)와 안전처(28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24대) 등으로 관할 기관이 나뉘어 있다. 따라서 산불에 투입하려면 산림청이 일일이 연락을 해서 요청해야 한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매년 봄에 정부가 선포하는 ‘산불 대책 기간’만이라도 모든 소방 헬기들의 지휘권을 산림청장에게 줘야 한다. 장비를 갖고도 관할 문제 탓에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재난주관방송사인 한국방송(KBS)의 ‘재난포털사이트’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사이트엔 7일 새벽 2시50분까지 강릉 산불 현황이 표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은 “산림청에서 산불 정보를 잘못 보내 표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림청 이준산 대변인은 “시스템을 바꾸는 중인데, 정보를 입력할 때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규원 허승 조혜정 김지은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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