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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전 사드 대못박기냐” “왜 매국노짓 하나” 주민 격앙

등록 2017-04-26 20:03수정 2017-04-27 20:00

사드 기습배치 날벼락 맞은 성주 소성리 주민들
경찰 50개 중대 4000명 도로 통제
주민 수십명 길 막으려다 끌려나와
“할매들 자는 새벽에 이게 뭔 짓이고”
성주·김천주민·원불교 비대위 집회
“한국이 미 식민지냐. 당장 철거하라”
“미국놈들 웃는 모습에 제 자신이 쪽팔렸습니다.”

26일 오후 5시께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 주민들 앞에 선 박희주(48) 김천시의원(무소속)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 새벽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엑스밴드 레이더와 발사대 등을 실은 트레일러의 성주골프장 진입을 막으려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구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이날 오후 4시께 풀려난 그는 바로 소성리로 달려와 집회에 참석했다.

“우리는 이 더러운 세상에 살아가지만 우리 아이들한테는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나라에 살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다시 힘내서 사드를 꼭 물리칩시다.” 박 의원이 울면서 주민들에게 말했다. 그는 집회가 끝나고 <한겨레> 기자와 만나 “8개월을 싸웠는데, 사드 부품 실은 차량 26대가 모두 들어가는 데 단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주한미군 흑인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것을 보고 미치도록 화가 났다”고 했다.

주한미군은 이날 새벽 4시43분과 새벽 6시50분 두차례에 걸쳐 엑스밴드 레이더와 발사포대 등 사드 핵심 부품을 실은 트레일러를 성주골프장에 반입했다. 첫번째 사드 부품 반입 때에는 원불교 교무와 천주교 사제, 주민 등 40여명이 골프장으로 가는 길목인 소성리 회관 앞 도로를 막았지만 경찰이 강제로 끌어냈다. 두번째 부품 반입 때에는 경찰 병력에 의해 80여명이 회관 앞마당으로 밀려난 상태에서 트레일러가 올라갔다. 이날 주한미군은 성주골프장에 사드 핵심 부품을 모두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0시께부터 소성리로 가는 모든 도로를 통제했다.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주민들에게 퍼졌다. 김천과 성주 주민들은 소성리로 가려고 했지만 곳곳에서 경찰에 막혔다. 경찰은 이날 투입된 병력이 4000명이라고 밝혔으나 주민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경찰이 소성리 주변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주민 10여명이 다쳤다.

임순분(63) 소성리 부녀회장은 “경찰에 끌려나와 있는데 우리 바로 옆으로 사드 부품을 실은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가슴을 쥐어뜯었다. 어떻게 한국 경찰은 다른 나라를 위해 자기 나라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 있느냐. 너무 분하다”며 울었다.

이날 오전 9시 주민들은 소성리 회관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한미군과 한국 국방부,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성주 주민 박수규(54)씨는 “사드 배치는 한국과 미국의 합의서도 없는 상태에서 주민 동의, 국회 논의조차 없이 강행된 불법이다. 즉각 철거할 것을 요구한다. 대선 전 사드 대못박기를 통해 안보를 정치에 이용한 한-미 당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어 성주골프장 앞 100m까지 행진을 했다. 또 이날 저녁 8시에도 같은 곳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김충환(57)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대선 기간에 사드를 기습적으로 배치하는 미국이 과연 우방이냐.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현재 외교안보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도 없는 마당에 대선 이후로 사드 배치 문제를 미루면 되는데 왜 국방부가 앞장서 매국노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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