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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박원순 시장이 호프집서 “꼬끼오”를 외친 까닭

등록 2017-03-23 11:17수정 2017-03-23 12:01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서 붉은 닭의 해 기쁨 담아 건배사
“다음 대선엔 다르게 할 것” 재출마 의지도 밝혀
이번 불출마에 대해선 “모든 게 부족…안된 게 되레 다행”
“단체장 외모는 내가 1등…경쟁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맥주잔을 손에 든 박원순 서울시장이 닭이 울듯 “꼬~끼~오”라고 외쳤다. 붉은 닭의 해를 맞아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에게 “꼭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라”는 소망을 담은 건배사였다. 원래부터 ‘친근한 원순씨’이지만 더 친근해지려는 모습이었다. 지난 1월 말 제19대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실패를 극복한 듯했다. 서울시장 세 번째 도전과 대통령 재도전 등 또 한 번의 도약도 꿈꿨다.

22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 인근 호프집에서 시청을 출입하는 기자 중 젊은 기자 20여명과 만난 박 시장은 “다음에 (대통령 선거 출마) 기회가 또 있다면 다르게 하겠다. 조직이나 개인 비전이나 선거방식 등 다 새로움으로 가득 차도록 하겠다. 그래서 국민이 신기해하고 듣도 보도 못한 이런 걸 하려 한다”며 또 한 번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 도전해 당선하면 서울시장만 10년 동안 한다는 기자의 말에 박 시장은 “100년 하려고 했다. 내가 이야기해놓은 것들 다 하려면 100년 걸린다”고 말했다. ‘세 번째 도전하나’라는 추가 질문에는 “최종 발표는 연말에 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이번 대선 불출마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마친 듯 보였다. “(서울시장을 하는) 5년 동안 정신없이 쏟아내고 일선 직원 괴롭히고 했는데 정리하는 시간이 없었다. 나 자신도 정리하는 시간이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대선에 나가 있었다. 이번 실패는 마련돼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내 인생에서) 재수는 여러 번 했다. 그런데 절대 삼수는 안했다”며 “문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를 내가 보여주기에는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었고 세력도 없었고 모든 것이 부족했다. 이번에 잘됐어도 문제였다. 새로운 정치, 국민의 기대를 만족하게 하는 정치를 못 했을 거다. 그래서 잘됐다고 생각했다. 안돼서 다행이다”며 반성과 남은 희망을 동시에 보였다.

자리를 함께 한 신임 김종욱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박 시장은 나에게 어제의 잔소리꾼, 5년 후 대통령”이라고 박 시장의 꿈을 지지했다. 박 시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대선캠프로 간 임종석, 하승창 등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두 명에 대해 “평생의 동지”라고 평가했다.

이날 박 시장은 두 시간 동안 이어진 간담회에서 젊은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짧되 유쾌하게 답했다. 첫사랑을 묻는 질문엔 “초등학교 6학년 때 시골에서 전기가 안 들어와 호롱불을 켜고 생활했다. 카드를 만들려고 종이를 잘라 4장을 만들었다. 그림을 그려서 연애편지를 보냈다. 이름은 허아무개. 시장이 되고 연락이 왔다. 전화번호를 적어뒀어야 하는데 깜박 잊었다”며 웃었다.

검찰 수사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변호를 의뢰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내 몸값이 있다. 돈을 얼마 줄지 보고 결정하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23일 발표된 공직자재산공개 결과를 보면, 박시장 재산은 마이너스 5억5983만원이다. 6년 연속 고위공직자 중 최소 재산이다.

최근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연이은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신연희 강남구청장에 대해 “친해지고 싶다. ‘구청장 집 앞에 가서 마냥 기다려볼까’하고 직원에게 말했다. 민선 5기 때는 좋았는데 어느 순간 바뀌었다. 서울시가 많이 양보했다”고 직언을 하기도 했다.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외모 순위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내가) 당연히 1등이다. 머리가 좀 없을 뿐이다. 최문순 지사와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술을 마시면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는 박 시장은 혼술 문화에 대해 “진정한 술꾼들이다. 혼자 마시는 게 멋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자랑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몇 번이나 타봤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 없이 “많이 탔다”고만 답해 아쉬움을 남겼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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