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장애인인권단체들이 참여하는 ‘가교행복빌라 셧다운 대책위원회’ 가 2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대하 기자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박진동 ‘가교행복빌라 셧다운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22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려견 한 마리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간지님’으로 불리는 이 반려견은 지적장애인 생활시설인 가교행복빌라를 운영하는 법인 관계자가 키운다고 한다. 박 집행위원장은 “100만원~300만원 어치 쇠고기를 구입하면 4분의 1은 잘게 썰어 옥상에서 말려 ‘간지님’의 간식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가교행복빌라 이용자 30명 중 19명은 광주 인화원 거주자들이다. 인화원은 2004~2005년 지적장애인들이 성폭행당한 이른바 ‘도가니 사건’의 무대인 광주 인화학교와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던 19살 이상 여성 장애인시설이었다. 이들은 후배들의 아픔을 옆에서 지켜본 간접 피해자들이다. 2012년 문을 연 가교행복빌라엔 30명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이용자들의 장애수당으로 구입한 신발에 얼룩이 묻어 있지요? 직원 가족이 신던 신발을 이용자에게 준 것입니다.” 박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1월16일치 옷 구매 영수증 내역과 이용자들이 실제 받은 옷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에게 오래된 옷을 새 옷처럼 건넸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1월8일 후원인의 결혼식에 축의금 10만원을 냈다는 것도 거짓이었다. 지난해에만 ‘가짜 청첩장’으로 축의금이 지출된 게 10건에 달한다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곰팡이가 핀 빵을 식탁에 내놓도록 하거나 머리카락을 마음대로 자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시설 상태도 엉망이었다. “방에 비가 새서 생활반 안에서 대야로 물을 받고 있습니다. 지은 지 6년 밖에 안된 건물인데 말입니다. 냉난방은 어땠을까요?” 박 집행위원장은 2016년 10월16일 비 새는 생활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찜통 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 지난해 8월 가교행복빌라의 전기요금은 61만8720원으로, 4월 106만2490원보다 더 적었다. “여름엔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다가 대표가 반려견과 시설을 방문할 때만 에어컨을 가동했다”고 한다.
이날 문제를 제기한 장애인·인권단체들은 지난 1월 광주시 등과 민관 합동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했다. 시는 이용자들의 수당으로 대표의 옷 또는 신발을 구입하거나, 국가보조금으로 구입한 부식 재료를 빼돌리는 등의 비위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다. 광주 북구청은 2700만원의 보조금을 환수할 예정이다. 시는 또 법인 대표와 시설장(이사) 등 2명의 보직해임 명령을 통지했다.
대책위는 “법인 이사 7명을 시가 추천해 공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 장애인복지과 쪽은 “법인의 빈 자리가 난 뒤에 ‘관선이사’ 파견 여부 등을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가교행복빌라와 이아무개 대표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로 해명을 요청했으나 모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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