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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성주골프장 주변 주민들 “골짜기 살면 사람도 아니가”

등록 2017-02-28 17:23수정 2017-02-28 21:06

롯데골프장 있는 성주 소성리 현장

170여명 마을에 경찰 1000명 투입
“늙었다고, 골짜기 산다고 막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슬퍼”
주민들, 항의집회·골프장 향해 행진
2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마당에서 한 할머니가 손팻말을 들고 혼자 앉아 있다.
2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마당에서 한 할머니가 손팻말을 들고 혼자 앉아 있다.
“뉴스 못 봤능교. 국방부랑 롯데랑 사드 합의 다 했다잖어.”

“이 좋고 평화로운 동네에 갑자기 웬 날벼락이 떨어지노.”

“다음 정부로 넘어갈 끼라 생각했는데 야들이 갑자기 와 이라노.”

“오늘 경찰도 쫙 깔렸던데 동네 분잡아가(어수선해) 우야노.”

28일 낮 12시30분께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마당 평상에 주민 3명이 걸터앉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성리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배치되는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골프장)이 있는 마을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13일 인구가 1만4000여명인 성주군 성주읍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들 반발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지난해 9월30일 사드 배치 지역을 인구가 5000여명인 성주군 초전면으로 옮겼다. 초전면에서도 소성리는 주민이 170여명인 작은 마을이다.

2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마당에서 경찰이 트랙터를 몰고 성주골프장에 가려는 주민을 막고 있다.
2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마당에서 경찰이 트랙터를 몰고 성주골프장에 가려는 주민을 막고 있다.
조용했던 마을에 갑자기 트럭과 헬리콥터가 다니기 시작하자 주민들은 이날 아침부터 회관 마당에 나와 성주골프장 쪽을 바라봤다. 주민 장경순(88)씨는 “동네 할매들 늙었다고, 골짜기에 산다고 아무 말도 없이 막 (사드를) 갖다놓고…. 우리는 인간축에 안 들어가는 같아서 밉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어 슬프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회관 마당에는 성주 주민 40여명이 모여 손팻말을 들고 항의 집회를 벌였다. 주민들은 “왜 이렇게 병력을 동원해서 마을을 시끄럽게 하고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느냐”며 경찰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은 이날 소성리에 10여개 중대 1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화가 난 주민 2명은 집회 중 트랙터를 몰고 성주골프장에 가려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2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주민들이 성주골프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2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주민들이 성주골프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성주골프장을 향해 행진을 했다. 성주골프장은 회관에서 2㎞ 떨어져 있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배치 결사반대”, “사드는 미국으로”. 주민들은 이렇게 외치며 성주골프장을 향해 700m를 올라갔지만 진밭교 앞에서 경찰 병력에 막혀 더는 가지 못했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헬기 소리가 들릴 때마다 소성리에 사는 할매들은 눈물을 흘린다. 사드를 배치하는 공사 기간에 주민들은 도대체 얼마나 눈물을 흘려야 하느냐.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 아픔과 설움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불교는 이날부터 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기도회를 매일 오후 2시에 하기로 했다.

성주/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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